▲ 김미영 기자

최근 서울시와 부천시가 최저임금을 웃도는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노원구와 성북구에서 시범실시에 들어갔다. 부천시는 지난해 말부터 생활임금조례 제정을 추진했는데, 법제처에서 제동이 걸렸다. 부천시장이 시 소속 노동자나 위탁·용역계약을 맺은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도록 조례를 제정하면 시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해 위법이라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와 관련해 부천시 원미구(갑)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생활임금 제도 도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김 의원과 함께 생활임금 제도화를 위해 조례 제정을 추진한 부천지역 노사민정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한 달 6천만원이면 부천시 노동자 생활임금 지급"

부천시에서 생활임금 제도 도입이 처음 제안된 것은 2011년 12월이다. 김준영 한국노총 부천지역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가 저임금·빈곤 문제를 해소하는 데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저임금 계층의 임금하한선을 높이는 보완전략으로 생활임금 제도를 고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천시는 지난해 4월 부천시 생활임금조례제정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세 차례에 걸쳐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부천시 소속이거나 계약관계에 있는 공공부문 노동자 가운데 시급 6천원 이하 1천267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절반 이상(58.2%)이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천시 생활임금추진위는 노동계의 최저생계비 산출공식을 기반으로 올해 생활임금을 5천180원으로 정했다. 부천시가 지난해 지출한 인건비 총액에서 한 달 6천만원을 증액하면 부천시 소속이거나 위탁·용역계약을 맺은 노동자 680명에게 생활임금(시급 5천180원)을 지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생활임금 보장에 필요한 예산규모는 연간 4억3천만원가량이다. 부천시는 이러한 생활임금 기준과 예산범위를 확정하고 조례안을 마련했다.

"생활임금 보장 조례가 위법? 법을 바꾸자"

"상위법령의 근거 없이 부천시장으로 하여금 부천시 소속 근로자에게 일정액의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조례로 강제하는 것은 부천시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됩니다."

법제처는 부천시의 생활임금 조례가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저임금을 뛰어넘는 생활임금은 법에 근거가 없어 시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김대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생활임금조례가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최저임금 기준보다 높은 임금을 적용받는다는 점에서 침익적 성격이 존재한다"며 "그러나 지방자치법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해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생활임금제도의 근거규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법이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지급을 규제하는 법이 아닌 이상 지자체가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조례를 만드는 것은 '법령의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생활임금 도입을 위해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에 생활임금 제도 관련 조항을 신설하거나 지방계약법을 고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미국 140여개 지자체서 생활임금 보장

생활임금 제도는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미국에서는 140여개 지자체에 관련 조례가 제정됐을 정도로 활성화됐다.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94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연방 최저임금보다 50%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한 생활임금조례가 제정된 이후 미국 전역에서만 200개 이상의 연대모임이 결성됐고, 미국의 경험은 캐나다·영국·호주·뉴질랜드로 퍼져 나갔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위원은 "낮은 보수와 직업훈련·높은 이직과 결원으로 특징지어지는 '로우 로드(low road)'를 높은 보수와 많은 직업훈련·더 큰 동기부여와 낮은 이직으로 불리는 '하이 로드(high road)'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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