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희 기자

요새 금융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의 진앙지는 우리은행이다.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정부는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6월까지 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여기에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가 2010년부터 3차에 걸쳐 추진과 중단, 재추진을 선언하며 밀어붙였지만 결국 지난해 유찰로 실패했던 난제 중 난제다.

새 회장 선임과 민영화 추진에 따른 긴장감은 고스란히 노조로 전해졌다. 임혁(51·사진) 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 위원장이 방 한쪽에 놓아 둔 야전침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14일 오전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사에서 만난 임혁 위원장의 말도 격정적이었다. 비판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쏟아졌다. 신 위원장은 최근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국민주 방식을 제외한 모든 방식을 검토하겠다”, “메가뱅크 방식도 대안”이라는 발언을 연달아 쏟아냈다. 차기 우리금융 회장에 대해서도 “민영화 철학이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논란이 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버젓이 있는데 금융위원장이 민영화를 운운하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공적자금위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거죠. 더군다나 장관급 인사가 금융지주의 인사 문제까지 개입하고 있는데, 참 우스꽝스럽지 않습니까.”

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주장하는 민영화 방안은 오히려 민영화 3대 원칙을 깨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명시된 예금보험공사의 금융지주회사 주식 처분원칙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이다. 그는 “당국자의 말 한마디에 1천800만 고객이나 투자자가 흔들린다”며 “우리금융 주가를 1만원대로 떨어뜨린 주범은 정부”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회수 극대화를 스스로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임 위원장은 “주가가 2만5천원할 때는 안 팔더니 금융시장이 안 좋을 때 민영화 운운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발언만 놓고 보면 분리매각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한 메가뱅크 방안이 유력하다. 57%에 육박하는 지분을 국민주 30%와 우리사주 매입 5%, 경쟁입찰(블록딜) 22%로 매각하자는 대안을 제시한 우리은행지부와 의견차가 크다. 국민주 방식은 신 위원장이 선을 그어 논의 자체를 원천 차단한 상태다.

임 위원장은 인수합병 방식에 특히 우려를 나타냈다. 우리은행 인수합병에서 유력한 상대방은 KB금융지주다. 업계에서도 인수여력이 있는 곳이 KB금융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금융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KB금융과 합병하는 것이 무슨 금융산업 발전입니까. 주가 하락으로 일괄 매각이 어려우니까 손쉽게 인수합병 방식으로 하려는 거죠. 사실 KB금융과 합병하면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곳은 바로 국민은행입니다. 주가가 폭락할 수 있어요. 게다가 엄청난 도미노 현상이 예상됩니다. 금융생태계가 파괴되니까 또 다른 합병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임 위원장은 우리금융 산하에 함께 묶여 있는 지방은행을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에는 찬성했다. 그는 “지방은행 육성 차원에서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을 분리해서 매각하는 것이 맞다”며 “다른 측면에서 강원도에도, 충청도에도 지방은행을 두고 지역정서에 맞게 금융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절차다. 임 위원장은 정부가 TFT를 가동하면서 민영화 방법을 일방적으로 마련해 추진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지부에 따르면 금융위는 대화할 뜻이 없어 보인다. 금융위는 올해 2월 중순께 지부가 의견을 전달하겠다며 보낸 면담요청 공문도 3개월이 지나도록 답신조차 안 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집을 팔 때도 세입자 의견을 듣는다”며 “12년 동안 전세로 살았으면 임차권이 있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2001년 공적자금을 받고 12년 동안 인력감축과 임금동결·삭감 같은 구조조정을 감내하며 5조6천억원을 상환한 우리은행의 노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아쉬움이다.

“전력산업 민영화와 관련해 정부가 노사정연구회를 만들어 합리적인 방법을 찾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력보다 더 중요한 금융을 이렇게 처리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아요. 공청회라도 열고 관료들이 현장에서 뛰면서 의견을 반영해야 합니다. 공청회에서 노조와 은행쪽, 금융위의 의견을 공평하게 들어야지요. 신용불량자는 만나면서 은행권 노조를 만나지 않는 이유가 뭔지 신 위원장에게 묻고 싶습니다. 어쨌든 금융위가 갑인데 을의 소리를 들어야 할 것 아닙니까.”

한편 임 위원장은 차기 우리금융 회장과 관련해 “올바른 민영화 철학을 갖고, 국민을 위하고 조직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 도덕적으로 양심적인 사람이 와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분리에 대해서는 “지주사 기능이 마비되고, 은행은 영업이 중단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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