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정보가 표시되지 않은 화학물질이 예외적 제도를 통해 무분별하게 수입돼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환경부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유해위험성조사 면제 제도를 통해 수입된 화학물질이 56만7천톤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는 △생활용 △연간 수입량 100킬로그램 이하 △연구 목적 등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경우 유해위험성조사 제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유해위험성조사 면제를 통해 지난 3년간 가장 많은 화학물질을 들여온 회사는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한국P&G판매유한회사였다. 전체 면제 화학물질 수입량의 26%에 달했다. 제조업 중에는 반도체·전자산업 업체가 많은 양의 화학물질을 수입했다. 유해위험성조사 면제 화학물질 수입빈도로 순위를 매겼더니 상위 18위 내에 10개 회사가 반도체·전자산업 업체였다.

유해위험성조사를 면제 받아 가장 많이 수입된 화학물질은 '언노운 케미컬'(unknown chemical)이었다.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물질명과 정보가 없는 상태로 수입된 것이다. 3년간 3천969톤에 달했다. 이 밖에 1·2·3급 발암 물질도 조사 면제를 통해 수십 건 수입됐다.

반도체사업장에서는 비슷한 용도의 물질을 표기만 다르게 해서 수입해, 연간 100킬로그램을 초과하지 못하게 한 규제를 피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제조 포토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반도체용감광제'나 'PHOTORESIST'·'PHOTORESIST용레벨링제' 등의 이름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같은 단어를 대소문자를 섞어 표기한 경우도 있었다.

현재 유해위험성조사 면제 제도는 환경부가 민간기관인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화학물질을 수입하고자 하는 사업체는 협회에 신고하고 승낙 받는 절차를 거치면 된다. 협회 회장은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은수미 의원은 "유해성조사를 면제 받은 화학물질이 서류와 실제 수입량이 같은지, 신고한 목적대로 사용하고 있는 지 확인하는 절차도 없는 실정"이라며 "영업비밀을 이유로 화학물질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관행을 개선하고, 조사 면제 제도도 새롭게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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