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외환은행의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어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시끄럽다. 반발의 배경에는 외환은행 독립경영과 론스타 먹튀, 경영 투명성 상실 등 다양한 우려가 녹아 있다.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위원장 김기철)는 하나금융지주의 계획대로 외환은행이 상장폐지될 경우 당장 독립경영에 대한 합의가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입장에서 상장폐지는 외한은행을 지분 100% 보유 완전자회사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럴 경우 외환은행과 관련한 모든 경영적 판단은 하나금융지주의 권한이 된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하나은행 통합을 추진하더라도 별도의 승인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상장폐지로 론스타 문제가 베일에 가려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7월 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은 참여연대를 통해 론스타와 론스타 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대주주 자격이 없는데도 외환은행 주식 배당금과 매각차익 등을 통해 3조5천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상장폐지는 곧 소송의 당사자인 소액주주들의 자격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에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해당 소송은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ISD)의 행방과도 연관돼 있다. 상장폐지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센 이유다. 금융권 노동계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상장폐지 자체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영국계 자본인 스탠다드차타드는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후 곧바로 상장을 폐지했다. 이후 실적하락에도 고액배당에 나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한 시중은행 노조위원장은 “상장을 폐지하면 공시의무가 없어 은행 내부에서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은행의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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