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택시노련이 7일 오후 서울특별시교통문화교육원에서 '택시노동자 안전방안 공청회'를 열고 택시노동자 건강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국택시노련
장시간 운전과 사고 스트레스에 노출된 택시노동자들의 뇌심혈관계질환 발병률이 일반 노동자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전국택시노련의 의뢰를 받아 지난 5~10월 택시노동자 건강조사를 벌여 7일 발표한 결과다.

택시노동자의 뇌심혈관계질환 발병률은 10만명당 101.33명으로, 전체 업종 평균(10만명당 19.71명)보다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업무상질병으로 판정되는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구소는 “낮은 산재승인율 그 자체도 노동자에게 고통이 되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의 관리·감독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시간 대기오염물질과 배기가스에 노출된 택시노동자들은 만성 호흡기계질환에 취약했다. 택시노동자의 만성폐쇄성질환 유병률은 일반 시민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택시 실내오염도 노동자와 승객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택시 에어컨 필터의 평균 박테리아수도 미국의 권고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진동이 발생하는 차량에서 고정된 자세로 운전하는 택시노동자들은 근골격계질환에 걸리기 쉽다. 연구소는 “미세한 차량진동은 8시간 미만 운전자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하루 10~16시간 근무하는 택시노동자들에게는 차량진동이 허리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 응한 택시노동자 중 65%가 한 달에 1회 이상 승객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25%는 폭행을 당했다. 택시노동자 15%는 운전 중 강도 등 범죄를 경험했다. 이러한 근무환경이 택시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연구소는 “택시노동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 치료경험이 많고, 우울증상의 수준도 높았다”며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사회적 문제로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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