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를 당한 뒤 5년째 가족까지 등져 가며 길거리서 천막에서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따지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 지 2년이 넘었네요.”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 지회장의 말이다. 복직투쟁 기간의 절반 가량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보낸 셈이다. 대법원의 늑장 판결로 속을 끓이는 노동자는 또 있다. 불법파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 모여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노동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신속한 판결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

기타 제조업체인 인천 부평의 콜트(Cort)악기와 자회사인 대전의 콜텍은 지난 2007년 4월과 7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폐업한 뒤 중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세계 기타시장의 25~30%를 점해 온 우량기업이 하루아침에 공장 문을 닫자 위장폐업 논란이 제기됐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도 “정리해고의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존재했느냐”가 쟁점이 됐다.

개별소송과 집단소송이 진행되면서 각급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2008년 인천지법과 2009년 서울고법은 “경영위기 없는 콜트악기의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판시했지만, 2008년 10월 서울행법은 “콜트악기는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해고 회피 노력을 다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콜트 사건은 2009년 8월부터, 콜텍 사건은 2009년 12월부터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원청사 정규직 전환의 열쇠를 쥐고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도 대표적인 거북이 소송이다. 2005년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씨가 현대차를 상대로 부산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면서 시작된 법정 싸움은 지난한 기간을 거쳐 2010년에야 대법원에 도착했다. 당시 재판부는 현대차의 사내하청 사용은 불법파견에 해당하므로 2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뒤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 뒤 서울고법은 지난해 2월 파기환송심 선고에서 대법원의 법리를 수용했다.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1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최병승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과 금속노조가 제기한 ‘현대차 사내하청 집단소송’에 직접적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의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김정진 금속노조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은 위법적 고용형태로 이익을 내는 기업에 경종을 울리고 불법파견을 둘러싼 사회적 혼란과 갈등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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