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고용관행을 둘러싼 파견-도급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원청업체인 현대차로부터 직접 노무지휘를 받는 사내하청 노동자는 ‘도급’이 아닌 ‘근로자파견’에 해당하고, 파견 상태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고용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원심판결이 확정됐다. 좁게는 자동차업계의 사내하청 고용관행, 넓게는 우리 사회 간접고용 남용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큰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3일 현대차 사내하청업체인 예성기업에 고용돼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이러한 내용의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이 나오기까지 무려 7년의 시간이 걸렸다. 최씨는 지난 2005년 노조활동 등을 이유로 해고된 뒤 “하청업체가 아닌 현대차가 실질적 고용주로서 부당해고했다”며 현대차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행정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사내하청은 도급계약 관계로 봐야 한다”며 최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 7월 대법원은 “최씨는 직접 현대차의 노무지휘를 받는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고, 파기환송심은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이날 7년을 끌어 온 재판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앞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현대차가 최씨에 대해 노무지휘 권한을 행사한 근거로 △최씨가 근무한 의장라인에 현대차 정규직과 하청업체 인원이 혼재돼 근무한 점 △하청업체 근로자들도 현대차가 작성한 사양일람표·사양식별표·작업표준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한 점 △현대차가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작업시간과 휴게시간·연장근로 여부·교대제 운영 여부·작업속도 등을 결정한 점 △산재나 휴직 등으로 정규직 결원이 발생하면 하청업체 근로자로 대체한 점 등을 꼽았다.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파견직 투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 전반에는 도급의 형태를 가장한 파견직 사용이 관행화돼 있다. 이번 판결은 대기업 원청업체를 정점으로 한 다단계 하청구조로 이뤄진 국내 제조업 전반은 물론이고 유사한 고용관행이 확산되고 있는 민간서비스 부문과 공공부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판결을 이끌어 낸 고재환 변호사(법무법인 백범)는 “기업들이 파견법만 준수해도 위장도급과 같은 편법적 고용관행을 상당부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현장에서 소모적인 법률 다툼이 사라지고, 불법적 근로관계가 합법적·정상적 관계로 재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판결문이 송달되면 내용을 확인한 뒤 합리적인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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