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이 넘는 노동자·국민의 청원을 담아 국회로 넘어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표류 중이다.과잉입법과 처벌에 대한 소위 법전문가들의 우려를 담아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신중론이 득세하고 있다. 구멍가게 주인들만 처벌될 것이라는 예측은 법안의 허점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그것을 빌미 삼아 실제로는 대기업 사장들을 지켜 주고자 함인지, 혹은 그들에게는 관대하기 짝이 없는 사법관행에 대한 자조(自嘲)인지 모를 지경이다.도대체 완벽한 법률이 언제 있었던가, 그런 법률이란 있기라도 한 것인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수많은 비판 속에는 나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정기근로감독을 받았다. 그런데 감독 도중인 18일 오후 3시께에 한 노동자가 성형기의 회전설비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고 노동자는 현재 의식불명 상태다. 회전체에 사람이 다가가면 센서에 감지돼 설비가 멈춰야 정상이다. 그런데 어째서 설비가 정지하지 않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이 사건을 중대재해로 규정하고, 사고원인을 규명해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기 전까지 같은 종류의 위험요인이 있는 성형기 90대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것을 고용노동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대전지방
노동자 산업재해 불승인 사건의 사실상 종착지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산재재심사위)다.산재재심사위는 지난해에 3천462건을 처리해 525건(15.16%)을 취소했다. 올해에는 8월 말까지 3천98건을 처리해 279건(9.01%)을 취소했다. 2018년 6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으로 위원수가 기존 60명에서 90명(현재 88명)으로 증가했고, 위원 구성도 많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법리적 타당성에 근거한 심리 판단이 미흡한 면도 있다. 행정심판위원회로서 산재재심사위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일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은 1조(목적)에서 “업무상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해 “재해예방과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을 산재보험 제도의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산재보험 제도는 ‘신속·공정한 보상’과 ‘치료와 재활’이라는 애초 목적과 달리 처리 과정의 수많은 문제로 재해를 당한 노동자와 가족들의 고통이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특히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10여년 넘게 고질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근로복지공단 업무처리에서 재
올해 9월22일 오전 9시, 10만명의 국민동의 청원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2004년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으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렇기에 15년이 흐른 지금, 노동자·시민의 직접행동으로 법안을 발의했다.하지만 법사위에 상정된 지 한 달 보름이 지난 현재, 고용노동부와 더불어민주당의 행보는 어떠한가. 그동안 국회 연설을 비롯해 수차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던 이낙연 대표의 약속과는 다르게, 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
249개 노동·시민단체가 참여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9월22일부터 30일 동안 10만명의 지지를 받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은 2005년 살인기업 선정식 이래로 영국과 같이 보편적인 산업재해·시민재해의 원인 제공자를 찾아서 처벌하자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같은 재해가 대상이 될 수 있다.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개별 국회의원의 발의가 있었으나 심의도 하지 못한 채 폐기됐으니, 이번에는 신설된 국회법상 국민동의청원 제도를 이용해서 직접 국회에 법률안을 내게 된 것이다. 그
11월2일 0시 기준, 코로나 감염으로 사망한 환자들 중 40대는 4명, 30대가 2명, 29세 이하에서 사망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13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대부분 20대에서 40대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쉽사리 쓰러뜨리지 못하는 연령대의 창창한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소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탱하며 죽어간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지켰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연령대 전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사람보다 코로나19로
“갔다 올게!” “다녀오겠습니다.”일터로 출근하기 전에 가족들에게 하는 인사, 누구나 매일같이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매일 하는 말이 누군가는 지킬 수 없는 말이 되기도 한다. 연이은 노동자들의 죽음에 더 이상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정부와 국회에서도 중대재해를 줄이고 안타까운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한 방안을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후진적인 재래형 사고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지난해 기준으로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전국에 200만곳이 넘는다. 그중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질병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두고 있다. 질병판정위는 2017년 8천715건(인정률 52.9%), 2018년 1만6건(인정률 63%), 2019년 1만4천206건(인정률 64.6%)을 판정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업무상질병이지만, 공단의 잘못된 운용과 법 해석으로 인해 질병판정위 심의절차를 거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상질병에 해당하는 추가상병과 요양 중 자살이 대부분이다. 전자는 공단 규정상 제외되는 경우이고, 후자는 공단의 자의적이고 위법한 해석으로 제외된다.일단 추가상병과 관련해 살
20일 새벽 또 한 명의 택배노동자가 숨졌다.택배 일을 시작하면서 보증금 500만원, 권리금 300만원을 냈다. 대리점은 권리금까지 받고 ‘소장’이라는 직함을 주면서 배달구역을 넘겼지만, 한 달 200만원의 수익조차 내지 못하는 구역이었다. 심지어 최근에 생활고로 일을 그만두려고 했으나 대리점은 후임자를 구하지 않으면 퇴사할 수 없다며 압박했다. 노동자는 한동안 자신의 차에 구인광고를 써 붙이고 다니면서 일을 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택배노동자의 호주머니엔 대리점의 갑질, 생활고 문제, 택배노동의 고단함, 후임자를
지난 8일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님 사망으로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택배노동자가 ‘특수고용직’이라는 그물에 묶여있고, 그래서 산재보험 적용이 곤란하다는 현실이 폭로된 것이다. 특수고용직 딱지가 붙은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지휘․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이고 노조의 교섭을 통해 근로조건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논지는 너무나도 옳은 주장이므로 재론하지 않겠다. 당장의 현실에서 특수고용직이 산재보험을 적용 받으려면 △법령이 정한 직종에 속해야 하고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제공해야 하며(전속성) △산재보험
필수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지난달 10일 전국에서 최초로 서울 성동구에서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공포됐고, 언론 보도가 뒤따랐다. 대통령이 “정부 각 부처는 코로나 감염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형태에 놓여 있는 필수노동자들에 대해 각별히 신경쓰고 챙겨 주기 바란다”고 밝힌 뒤 고용노동부는 ‘필수노동자 안전 및 보호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필수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다.국회에서 열린 ‘필수노동자를 위한 정책 및 제도마련
최근 과로사에 내몰린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작업 거부를 선언하자 물류대란을 우려한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했다. 그만큼 물류는 이제 산업현장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수많은 제품과 원료를 대량으로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장비와 노동자들의 노동이 있어야 한다. 운송을 위한 화물차뿐만 아니라, 그 화물차에 입고·적재하기 위한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들이 숨 가쁘게 움직여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를 지게차·구내운반차·화물자동차·셔블로우더 등 원동기를 내장하고 있는 것으로, 불특정한 장소에 스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모든 업무를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고객의 의견을 업무에 반영하고 실천하는 고객중심 공감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과연 이 말에 노동자들이 얼마나 공감할까. 공단의 핵심 업무인 보험급여 행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여전하다.일단, 일하는 노동자들은 산재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공단은 부정수급 문제와 처리에만 홍보를 치중했고, 2년 전부터는 출퇴근재해를 홍보한다. 정작 노동현장에서 다양한 산재가 발생하고 있는데, 노동자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요즘 하루를 마치고 집에 가면 꼭 하는 일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부산지역 언론의 사회면 기사를 검색하는 일이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늘 이 시간만큼 불안한 마음을 가눌 수 없다. 기사 하나하나를 넘기면서 오늘도 누군가가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참담한 일을 당하진 않았을까 마음을 졸인다. 다행이다. 오늘 부산지역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없다.하지만 이것 또한 무슨 위안이란 말인가. 매일 2~3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고로 일터에서 목숨을 빼앗기고 있는 현실 앞에서 찰나의 안도감은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
일터의 위험을 스스로 점검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자.안전보건 분야 전문가가 아니어도 따라 할 수 있다. 노조 내에서도 안전보건은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아래의 방법대로 체크리스트를 만들면, 의외로 상세하게 많은 내용이 제도로 정해져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먼저 포털 검색창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약칭 안전보건규칙)을 입력해보자. 이 규칙은 1편(총칙)·2편(안전기준)·3편(보건기준)·4편(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으로 구분된다. 1편(총칙)은 작업 종류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지켜야 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화창한 날이 도대체 없다.기후위기 징후인지 50일이 넘는 기간 장맛비가 내렸다. 비구름이 제대로 걷히기도 전에 태풍이 몰려오고, 바이러스는 다시 창궐 기미를 보인다. 더구나 국민 건강상 중차대한 위기는 바이러스 창궐만이 아닌 모양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고 국민에게 제발 그 자리에 머물러 달라는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의사들의 호소는 진료 현장을 뛰쳐나와 국가 의료체계 위기를 설파하는 의사들의 주장과 뒤섞이고 있다. 우중충하고 음울한 시절 국민의 불안 혹은 불쾌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래도 우리 삶은 대체로 유지되고 있다.
최근 자동차 휠을 생산하는 충주지역 사업장에서 일하던 조합원의 추가상병(왼쪽 팔꿈치 외·내상과염) 신청이 불승인됐다.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회의가 불승인 처분 근거로 제시한 것은 “최초 업무상질병 진단일 이후 약 1년 후에 추가상병을 신청했고, 전형적인 퇴행성 변화 소견이므로 업무와 신청상병이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내용만 보면 불승인 처분이 타당하다고 오해할 수 있었다. 1년 동안 요양치료를 하면서 해당 기간 업무를 하지 않았는데 최초 승인상병과 같은 원인으로 추가상병을 신청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2019년 11월21일자 경향신문 1면은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라는 문구와 함께 산재사망 노동자 1천692명의 이름으로 채워졌다. 지면 신문이 줄 수 있는 큰 충격과 울림은 우리 사회에 많은 반성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중대재해가 반복하고 산재사망이 줄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기억이 단절돼 왔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산재 문제를 가까이서 접근하고 체험하지 못함으로써 산재는 ‘나의 문제가 아니라 관련 없는 타인의 고통일 뿐’이라는 고정 관념도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이유다.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개
1천5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현재도 수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재난참사 피해자들. 그들은 여전히 미흡한 조사 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기업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SK케미칼은 기소조차 하지 못했기에 피해자들은 지난해 재조사를 요구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질환으로 인한 고통도 힘들지만, 제대로 처벌받고 책임져야 할 기업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현재 상황이 더욱 고통스럽다.2017년 5월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