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정기근로감독을 받았다. 그런데 감독 도중인 18일 오후 3시께에 한 노동자가 성형기의 회전설비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고 노동자는 현재 의식불명 상태다. 회전체에 사람이 다가가면 센서에 감지돼 설비가 멈춰야 정상이다. 그런데 어째서 설비가 정지하지 않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이 사건을 중대재해로 규정하고, 사고원인을 규명해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기 전까지 같은 종류의 위험요인이 있는 성형기 90대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것을 고용노동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사망자가 없으므로 중대재해라고 볼 수 없고, 작업중지 명령은 같은 라인의 성형기 14대에만 내렸고, 다른 라인의 성형기 76대는 작업중지 명령이 필요한지 검토하겠다고만 답했다. 그 이후 대전청은 76대에 대해서는 작업중지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다만 설비별로 문제가 발생하면 사용중지 조치를 하고 개선이 되면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사건에서 문제점은 2개다.
첫째는 중대재해 범위다. 대전청은 사망자가 없으므로 중대재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망인지 의식불명 상태인지는, 사건의 심각성과 재발방지 필요성의 면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중대재해를 유발할 만한 사고가 있었음은 분명한 사실이고, 사망했는지 아니면 의식불명 상태인지 여부는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다. 만약 지금처럼 경직된 방식으로 중대재해를 규정짓는 일이 계속된다면 차라리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 범위를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라고 개정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작업중지 명령 대상이다. 중대재해가 없다면 먼저 시정조치를 내리고, 그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야 비로소 작업중지 명령이 가능하다(산업안전보건법 53조). 반면에 중대재해의 경우 곧바로 작업중지를 명할 수 있고 그 범위도 해당 작업뿐만 아니라 그와 동일한 작업으로 범위가 넓다(동법 55조1항). 중대재해의 경우 즉시 작업중지가 가능하고 그 범위도 넓은 이유는, 과거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에서 해당 기업의 안전보건관리 체계가 붕괴했다는 사실을 추론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행법은 즉시, 그리고 해당 작업과 동일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고 정한 것이다.
그러면 “동일한 작업”에 대한 해석이 문제된다. 노동부 기준(정식 명칭은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작업중지의 범위·해제절차 및 심의위원회 운영기준’)에서는 동일한 작업의 예를 들면서 “프레스를 8대 보유한 사업장에서 방호장치 미설치로 끼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방호장치 미설치 프레스 전체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성형기 회전체에 노동자가 끼여 중대재해가 발생한 이 사건도 성형기를 사용 중인 전체 작업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려야 합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전청은 위 기준을 협소하게 해석한 나머지, 같은 라인의 성형기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나머지 라인은 임시조치만 한 것이다.
노동자와 노조가 눈을 뜬 이상 작업장의 ‘위험’은 더 이상 노동자가 져야 하는 숙명으로 받아들여질 수가 없다. 안전수칙만 잘 지키면 예방하고 통제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미 눈을 떠 버린 사람은 눈감은 채로 살던 과거로 돌아갈 수가 없다. 그 위험이 방치되면 동료가 다치거나 죽을 것이 그려져서, 눈 뜬 자의 양심이 방치를 허락하지 않는다. 중대재해나 작업중지 범위 확대를 외치는 이유도 같다.
무작정 건수 한번 잡아서 기업의 발목을 잡고 근로감독관을 괴롭혀 보자는 심보가 아니다.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재발 방지대책을 함께 세우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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