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10.26 월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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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중심적이지 않은 산재 실무행정권동희 공인노무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 권동희 공인노무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모든 업무를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고객의 의견을 업무에 반영하고 실천하는 고객중심 공감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과연 이 말에 노동자들이 얼마나 공감할까. 공단의 핵심 업무인 보험급여 행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여전하다.

일단, 일하는 노동자들은 산재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공단은 부정수급 문제와 처리에만 홍보를 치중했고, 2년 전부터는 출퇴근재해를 홍보한다. 정작 노동현장에서 다양한 산재가 발생하고 있는데, 노동자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제도개선 노력은 거의 없었다.

둘째 산재신청 진입장벽이 높고 접근성이 낮다. 사업주 날인제도가 폐지됐지만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여전히 사업주 눈치를 보며 산재신청을 꺼린다. 사업장 감독이나 행정기관 개입을 우려해 산재신청 포기를 종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우편이나 팩스가 아니라 앱이나 인터넷으로 산재신청을 할 수 없는 것도 큰 문제다. 휴대전화로 쉽게 산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실무서식의 복잡성이다. 공단은 진단서나 소견서만으로 산재신청이 가능하다고 홍보했지만, 지사에서는 여전히 실무적으로 산재보험서식상의 요양급여신청소견서를 요구하고 있다. 요양급여신청소견서 서식 자체를 알지 못하는 의사도 많고, 작성을 거부하는 경우도 여전하다. 이 과정에서 산재신청을 포기하는 노동자도 많다. 공무원 재해보상은 진단서를 기본으로 삼고 있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넷째 모호한 요양급여규정 때문에 공단이 산재신청에 대한 사업주의 의견을 노동자에게 전달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공단은 보험가입자 의견을 사업주 문답서 형식으로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의견서가 아니라고 해서 사업주의 의견을 노동자에게 알려 주지 않는다. 산재 사건 초기 조사에서 사업주 의견이 핵심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조사자의 심증에 많은 영향을 준다. 공개되지 않은 사업주 문답서는 산재 방해로 이어져 불승인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사업주에게 의견을 묻는 문답서는 즉시 공개해야 한다.

다섯째 조사 과정의 투명성이 여전히 부족하다. 처리 과정이 장기화하는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조사가 언제 어떻게 되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산재 여부가 판정되는지,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최소한의 안내가 없다. 접수 통지 문자 후 팩스로 문답서를 보내 작성하도록 하고, 막연히 기다리라고 하는 식은 지양해야 한다. 조사 개시 후 노동자에 대한 참여 안내 노력도 부족하다. 가령 근골격계질환임을 증빙하기 위해 동영상을 촬영할 때 노동자가 참여하지 못한 경우 반드시 노동자 의견을 반영한다든가, 질병판정위원회 개최 전 전문조사보고서를 노동자에게 송부해야 한다.

여섯째 산재승인 이후에 결정통지서만 보내는 행정도 문제다. 승인 이후 적극적인 안내가 없다. 요양비나 간병료를 받으려면 어떤 서식과 자료가 필요한지, 휴업급여·장해급여·진료계획서·병행진료·전원신청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공무상재해로 승인된 후 공무원연금공단이 송부하는 안내문과 첨부 서식을 참고해 개선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요양비·휴업급여를 어떻게 산정하고 지급하는지에 대해서도 별도의 정보공개청구가 없더라도 사전에 알려줘야 한다.

일곱째 판정서·심사결정서·판결문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공단은 일부 판정서와 심사결정서를 사례집으로 낸다. 그러나 일반인이 접근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일부 사례만 기재돼 있을 뿐이다. 판결문도 홈페이지에 일부만 올라와 있다. 법원에서 여전히 높은 비율로 공단의 처분이 취소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판정서·결정서·판결문은 전체를 투명하게 공개해 적극적 비판과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덟째 공단은 소송시 기존 소송에서 축척한 감정 회신서를 참고자료나 적극적 증거자료로 제출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 타 사건들에서 유리하게 회신을 받은 감정서를 개별 노동자를 대상으로 무기로 삼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 개인정보를 지우더라도 여전히 “제3자 제공에 동의하지 아니한 소송당사자”의 정보를 활용하는 측면에서 법률 위반 소지도 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계류된 일부 사건에서 공단 소송수행자가 노동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상병 정보 등이 담긴 타 사건 감정회신서를 제출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초 노동건강연대에서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 및 형평성 강화를 위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산재노동자 심층 면접을 토대로 한 연구다. 산재가 발생하기 전 신청과 판정 과정, 승인 이후에 겪는 노동자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공단 이사장과 실무자들이 산재노동자와 소통이 어렵다면, 이 보고서만이라도 꼭 정독해 주시길 간청한다.

권동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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