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질병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두고 있다. 질병판정위는 2017년 8천715건(인정률 52.9%), 2018년 1만6건(인정률 63%), 2019년 1만4천206건(인정률 64.6%)을 판정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업무상질병이지만, 공단의 잘못된 운용과 법 해석으로 인해 질병판정위 심의절차를 거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상질병에 해당하는 추가상병과 요양 중 자살이 대부분이다. 전자는 공단 규정상 제외되는 경우이고, 후자는 공단의 자의적이고 위법한 해석으로 제외된다.

일단 추가상병과 관련해 살펴보자.

추가상병 요양급여 신청 대상을 명시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49조1호(그 업무상의 재해로 이미 발생한 부상이나 질병이 추가로 발견돼 요양이 필요한 경우)와 2호(그 업무상의 재해로 발생한 부상이나 질병이 원인이 돼 새로운 질병이 발생해 요양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는 사건이다.

산재보험법 38조에는 “판정위원회의 심의에서 제외되는 질병과 판정위원회의 심의 절차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산재보험법 시행규칙 7조에는 심의 제외 질병에 대해 “1.진폐, 2.이황화탄소 중독증, 3. 유해·위험요인에 일시적으로 다량 노출돼 나타나는 급성 중독 증상 또는 소견 등의 질병, 4. 그 밖에 업무와 그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명백히 알 수 있는 경우로서 공단이 정하는 질병”으로 규정돼 있다. 4호에 대해 공단은 질병판정위 규정에서 “법 제49조에 따른 추가상병 요양급여를 신청한 질병, 소음성 난청, 석면폐증, 만성폐쇄성폐질환”을 명시하고 있다.

시행규칙 7조 해석상 질병판정위 심의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별도의 심의절차(진폐증의 경우 진폐심사회의)가 있거나 급성중독 등 인과관계가 명백한 재해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추가상병 사안은 업무상질병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추가적인 조사(업무부담 여부)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공단은 다수의 추가상병 사안에 대해 산재를 불승인하고 있다. 특히 근골격계질환에 대해 공단은 업무부담력이 충분하다고 판정된 사안에 대해서도 동일부위(가령 양측 어깨) 상병의 업무 관련성을 부정하기도 한다. 또한 근골격계 성격을 가진 타 부위에 발생한 추가상병의 경우 별도의 업무부담 여부를 조사하지 않고 기각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노동자 업무가 단절되거나 퇴직하면 이를 근거로 불승인한다. 다수의 광부·조선업·제조업 노동자의 추가상병 사안에서 반복되고 있다. 상병이 발생할 만큼 충분한 기간을 종사했는데도 퇴직 등 업무단절, 상병발생 후 부담 작업에서 종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승인하는 것은 법리(서울고법 2019. 1. 23. 선고 2018누46461판결)와 상식에 반한다.

둘째, 자의적 법률 해석으로 제외되는 경우는 ‘요양 중 또는 요양 종결 후 자살하는 사건’이다. 공단은 산재보험법 시행령 36조2호에 나와 있는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를 포함해, 요양 종료 후 자살하는 경우는 질병판정위 심의 제외 대상으로 간주한다. 이로 인해 자문의사회의 의학적 판단을 거쳐 업무상재해 여부를 결정한다. 재해자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한 바 있고, 의무기록지상 산재로 인한 극심한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로 증명된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불승인된다.

공단의 현행 법령 해석과 운용은 산재보험법 49조(추가상병 요양급여의 신청)·62조(유족급여) 규정에 반한다. 요양 중 또는 요양 종결 후 발생한 정신질환 사건은 추가상병이 맞지만, 자살은 ‘요양급여’가 아니라 ‘유족급여’ 사안이다.

뿐만 아니라 재해 후 자살 시점 이전 기간 또는 요양 기간에 정신적 이상상태가 발생했는지, 이러한 정신적 이상상태가 최초 재해와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통상적으로 추가상병이 “재해 또는 동일 원인”과의 인과성 여부가 판단대상인 것과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현재 질병판정위가 엄밀한 법리적 상당성에 기초해 운영·판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추가상병을 심의 판단하는 자문의사회의에 비할 바는 아니다. 단 한 건이라도 노동자의 산재신청이 공단의 자의적인 해석과 운용으로 인해 불승인된다면, 이는 명백히 불공정한 것이다. 질병판정위가 운영된 지 십여년이 지났지만 공단은 여전히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단은 조속히 규정과 지침을 변경해, 업무상질병 성격이 명백한 추가상병과 요양 중 자살 사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질병판정위 심의 절차에 따라 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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