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지난 8일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님 사망으로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택배노동자가 ‘특수고용직’이라는 그물에 묶여있고, 그래서 산재보험 적용이 곤란하다는 현실이 폭로된 것이다. 특수고용직 딱지가 붙은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지휘․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이고 노조의 교섭을 통해 근로조건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논지는 너무나도 옳은 주장이므로 재론하지 않겠다. 당장의 현실에서 특수고용직이 산재보험을 적용 받으려면 △법령이 정한 직종에 속해야 하고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제공해야 하며(전속성)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해서는 안 된다. 고 김원종 님의 경우 사망하기 한 달 전에 적용제외 신청을 했으므로 산재보험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3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이 낸 자료를 보면, 전체 특수고용직은 210만명으로 추정되고 이들 중 산재보험 적용대상은 49만5천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49만5천명 중에서도 8만명만 적용제외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전체 특수고용직 중 3.8%만 산재보험을 적용받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래서 법 개정을 통해 적용제외 신청제도를 없애고, 직종의 구애를 받지 않고 전속성이 없더라도 산재보험을 적용받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이달 6일 필수노동자 안전 및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사회보험의 성격을 봤을 때 당연히 전체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면서 “(적용제외) 신청을 허용하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본인의 의사와 반해서 적용제외되는 경우도 꽤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차관은 적용제외 제도를 사실상 축소하는 방향의 법개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개정을 고민하겠다고 말한 지 이틀 후에 김원종님이 숨졌다. 노동부 차관의 말마따나 사회보험 성격상 전체가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노무제공을 통해 이득을 보는 사용자가 보험료를 전액부담하는 것도 당연하다. 나아가 직종 제한과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는 것까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특수고용직 딱지가 붙은 노동자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사용자들이 근로기준법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특수고용직으로 불러 왔다. 마땅히 책임져야 할 자들이 지금까지 회피해 온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코 과한 것이 아니다.

산재보험 외에도 손해배상 문제가 있다. 당장 검색창에 “산업재해 손해배상”이라고 검색하면 변호사와 노무사들이 나이와 성별·직업과 소득을 기준으로 망자를 위한 손해배상 계산방식을 알려 준다. 적극 손해와 소극 손해, 위자료를 구하고 과실상계를 한 다음에 산재보험금을 빼는 등의 작업을 거치면 ‘목숨값’이 나온다. 그마저도, 스스로 건강을 지키지 못한 과실이 있다며 과실상계가 이뤄진 다음이다.

노동자의 죽음으로 입는 상실감과 손해는 막대하지만, 사용자가 져야 할 책임의 범위는 명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고의·중과실을 응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이 필요하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과로사하게끔 방치시켰으므로 중과실이 있는 것이다. 목숨에 붙은 정찰제 가격표를 뜯어 버리고, 과로사에 대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강한 책임을 묻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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