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한국노총이 윤석열 정부에 최후통첩을 했다. 한국노총의 대표성을 인정하면 사회적 대화에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기한은 이달까지다.

공은 정부로 넘어왔다. 지금까지 악화일로를 걸었던 노정관계가 회복되기 위해서 ‘용산이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노동시간 개편 등 예정된 일정을 살펴보면 정부가 노동계에 ‘명분’을 줄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을시 총선 심판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미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내건 민주노총은 임원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대정부 강경투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노정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한국노총 “대통령이 나서야”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5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한국노총은 하청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을 촉구하며 망루에 올라선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광양에서 유혈 진압된 사건을 계기로 지난 6월7일 경사노위 전면 불참을 선언했다. 직후 한국노총은 정권 심판투쟁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여 만이다.

이른바 ‘광양 사태’가 기폭제였지만 정부의 ‘노조 배제 정책’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를 명분으로 김 처장을 폭력 진압하고, 노조 회계장부 미제출을 이유로 양대 노총을 보조금 사업에서 제외했다. 아울러 전문가 위주로 노동개혁을 진행하고,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양대 노총 존재를 지우는 등 정책결정 과정에서 양대 노총을 배제했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재개 조건으로 ‘한국노총의 대표성 인정’ ‘노동정책의 주체로서 한국노총의 존재 인정’을 제시한 까닭이다.

구체적 방안으로 내부에선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김 위원장 발언에 윤 대통령이 화답해야 한다”며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뒤에서 대화하자는 것만으론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양대 노총 위원장과 면담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선에서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분위기도 있다. 한국노총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9일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이 장관의 브리핑을 언급하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그렇게 발언하진 않을 것”이라며 “노동부 장관 면담으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노조법 개정안에 재계와 다름없는 논리로 반대 의사를 피력하면서 대통령 거부권 건의를 시사했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근로시간 개편, 노조법 개정 등 암초
‘거부권 행사’ 등 정부 변화 기대 어려워

정부가 한국노총에 손을 내밀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국노총이 지난달 23일 회계공시를 수용하고, 김준영 사무처장이 이달 3일 보석 석방되면서 노정관계 회복 가능성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한국노총에 비공식적 대화만 요청하며 어떤 전향적인 입장도 제시하지 않았다.

앞으로 일정이 만만치 않다. 당장 13일 노동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올해 3월 노동시간 개편안이 발표된 뒤 주 최대 69시간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자 윤 대통령이 여론을 수렴해 보완하라고 지시하면서 이뤄졌다. 개편안 방향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노동계는 정부 기조가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특히 노동계 숙원 과제인 노조법 개정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화한 상황이다. 노동계의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총이 ‘11월 중’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는데, 정부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그 답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이해관계에 따라 내부에서 사회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이번 대회사에서도 ‘현장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했다”며 “굴욕적으로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까지 경색 국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경합 지역구에 적극 개입해 한국노총의 영향력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상황에선 국민의힘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도 이달 말께 임원선거 결과가 나오면 내부를 재정비해 정권 퇴진투쟁을 재개할 전망이다. 양경수 후보와 박희은 후보 모두 “임기 3년간 총선부터 대선까지 대정부 투쟁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석영·어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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