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의 전격적 결단이었다. 사회적 대화를 이끌었던 제1노총의 책임은 물론 현장과 지역에서 쏟아진 관계 개선 요구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서 절차와 시기 관련 이견이 나오지만 대체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은 공감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동명 위원장 단독 결단 배경에 쏠리는 관심

1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는 지난 13일 오전 한국노총과 대통령실 간 접촉이 이뤄진 후 나온 김 위원장의 단독 결정이었다. 김 위원장 측근들도 오후 무렵 전해 들었다. 이날 오후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노동계 대표조직”이라고 밝힌 전후로 한국노총 사무총국이 분주했다.

복귀 배경으로 현실적 문제들이 거론된다. 정부와 대화를 통해 현안 해결을 원하는 일부 산별연맹과 지역본부에서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재정 문제도 한몫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양대 노총의 회계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양대 노총을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에서 탈락시켰고, 회계 미공시 노조의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도록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한 산별연맹 대표자는 “지역은 당장 사업을 접고 건물에서 쫓겨나게 생겼으니 원성이 자자했다”며 “지역본부 자산 규모가 열악해 정부 지원에 의지하는 문제는 한국노총의 태생적 한계”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비 문제로 현장 조합원들의 불만도 컸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산별 대표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예산이 대폭 삭감된 뒤 혁신안으로 재정 독립이 나왔는데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것”이라며 “정부가 한국노총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바람 빠진 정권심판론, 총선방침 결정도 쉽지 않을 듯”

김 위원장 단독 결정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한국노총은 지난 6월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 중단을 결정하고 시기·방법에 대해선 김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한 산별연맹 대표자는 “아무리 위임했다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사회적 대화 복귀 소식을 들어야 하나”며 “지난 11·11 전국노동자대회에 정부를 심판하자며 현장 조합원을 대규모 조직했는데, 이틀 뒤 정부와 대화한다고 하면 헛수고로 돌아가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산별연맹 대표자는 “그래도 노동자대회에 6만명을 동원해 정부와 교감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 심판론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렸다. 한 산별 대표자는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이를 인정한다는 꼴 아니냐”며 “손배·가압류로 싸운 수많은 노동자는 어떡하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거부권 행사 뒤엔 사회적 대화의 길이 아예 막힐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며 복귀 시기가 적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총선까지 정부의 시간끌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노총 내부에서는 “당장 현안은 공무원·교사 타임오프제”라며 “하지만 근무시간면제 단위 등 쟁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데다 산별마다 이견이 많아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진단이 나온다. 사회적 대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은 정치방침을 정하기 쉽지 않아 총선까지 정부에 빈손으로 끌려다닐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한국노총은 대화와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다음달 국회 앞에서 정년연장과 사회연대입법 등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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