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심판! 노동탄압 저지! 11·11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윤석열 정권 심판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양대 노총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마지막 경고’를 보내며 ‘대투쟁’을 예고했다. 잇단 노동배제 정책에 이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해지면서 노동자 민심이 들끓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11일 오후 각각 서울 여의도와 서대문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과 “노란봉투법 즉각 시행”을 외치며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영하 날씨에도 11만여명이 모여 한목소리로 “정권 심판 투쟁” “정권 퇴진 투쟁”을 예고했다.

한국노총 “겨울 항쟁, 총선 심판투쟁”

한국노총은 노동자대회에서 “노동개악 노동탄압, 윤석열 정권 심판하자” 같은 구호를 외쳤다. 주최측 추산 6만여명(신고인원 6만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여의대로 왕복 12개 차선 중 6개 차선을 가득 메웠다.

한국노총은 이달까지 정부 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여당 심판투쟁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11월 중에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한국노총은 더욱 신발끈을 졸라매고 올 겨울을 항쟁의 거리에서 맞이할 것”이라며 “제2의 1996년·1997년 노동자대투쟁을 준비하고, 내년 총선 심판투쟁으로 분노한 노동의 힘을 똑똑히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대화를 재개할 조건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국가적 이슈와 시급한 현안에 대해 언제든지 책임 있는 자세로 대화하고 협상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대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한자리에 앉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김동명 위원장이 조건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양대 노총 배제를 노골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 따르면 윤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10월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2기를 시작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포함 보건복지부(산하 5개)·교육부(1개)·기획재정부(2개)·고용노동부(1개) 총 11개 정부위원회에서 양대 노총이 배제된 상태다.

한국노총은 지난 6월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전면 중단한 바 있다. 포스코 하청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하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경찰이 ‘유혈진압’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민주노총 위원장, 누가 돼도 ‘퇴진투쟁’

같은날 민주노총도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노동개혁 민생파탄, 윤석열 정권 끝장내자” “물가폭등 못 살겠다,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주최측 추산 5만여명(신고인원 3만5천명)이 모였다. 통일로 양방향 9개 차선 중 7개 차선을 메웠다.

민주노총은 고 양회동 건설노동자의 뜻을 이어 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탄압이면 항쟁”이라며 “‘윤석열을 끌어내려서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한 양회동의 외침을 심장에 새기자. 노동자의 무기인 단결과 연대로 윤석열 퇴진 광장을 노동자의 손으로 열어 내자”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임원선거가 2파전으로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두 후보 중 어느 쪽이 당선되더라도 윤석열 정권 퇴진투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윤 정부의 노선 변화 가능성이 사실상 ‘0’에 수렴하는 상황에서 당선 이후 정권퇴진 투쟁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양경수 후보는 <매일노동뉴스>에 “윤석열 정권은 고쳐쓸 수 없는 정권”이라며 “역사와 민생, 민주주의를 모두 퇴행시키는 자를 끌어내고, 동시에 어떻게 나아갈지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희은 후보도 <매일노동뉴스>에 “역대급 탄압에는 역대급 투쟁이 필요하다”며 “노동개악, 직장갑질, (교사·공무원에 대한) 악성민원의 얼굴로 노동자들에게 다가오는 ‘윤석열들’에게 맞서는 투쟁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대통령 거부권 행사시 노정관계 ‘블랙홀’

양대 노총은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에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에 경고를 보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손해배상 폭탄이라는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노조법 2·3조를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며 “개정을 반대하는 국민의힘 해산과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투쟁에 다 같이 떨쳐 일어나자”고 말했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진짜 사장이 교섭에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수많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손배·가압류 폭탄을 막을 노조법 2·3조는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며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양대 노총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13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서울 도심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저지를 위한 여론전에 나설 계획이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할 경우 향후 노정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어고은·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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