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열린 노동, 민생, 민주, 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23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11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열린 노동, 민생, 민주, 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23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노조 가입해서 정당한 노조활동을 하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탄압합니까? 가족들 생계 걱정해야 하는 조합원들을 옥에 가두고, 남은 가족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참담한 이 현실에 또 한 번 분노를 느낍니다.”

지난 5월1일 분신해 숨진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형 회선씨는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양씨는 “동생이 노동자 권리를 짓밟는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려 달라고 부탁한 것을 기억해 달라”며 정치권과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이날 민주노총이 주최한 ‘윤석열 정권 퇴진,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23년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는 5만여명(주최측 추산) 노동자가 모였다. 통일로 양방향 9개 차선 중 7개 차선을 메웠다. 이들은 “노동개혁 민생파탄, 윤석열 정권 끝장내자” “물가폭등 못 살겠다,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노조법도, 방송법도 거부권 행사해선 안 돼”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탄압과 개악으로 규정하고 정권퇴진 투쟁을 결의했다. 선거 출마로 위원장직을 사퇴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를 대신해 윤택근 위원장 직무대행은 대회사에서 “탄압이면 항쟁”이라며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전태일의 외침과, ‘윤석열을 끌어내려서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한 양회동의 외침을 심장에 새기자”라며 “노동자의 무기인 단결과 연대로 ‘윤석열 퇴진’ 광장을 노동자의 손을 열자”고 말했다.

이들은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같은 사용자의 실질적 지휘 아래 같은 일을 해도 간접고용·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진짜 사장과 교섭조차 할 수 없다”며 “20년 전 배달호·김주익 열사를 포함해서 수많은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노조를 파괴하고, 가정을 파탄시켜 왔던 ‘손배 폭탄’도 여전히 진행형인 만큼 노조법 시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과 함께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도 촉구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방송3법이 통과됐지만) 언론 개입과 사찰 등으로 자격을 상실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 체제를 유지할 경우 미디어 공론장에 노동자와 서민의 목소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을 위한 ‘100만 시민 서명운동’ 참여를 호소했다.

노동자대회 이후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 진행

공공성 강화에 대한 요구도 높았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지난 9월 철도노조에서 시작된 공공성·노동권 확대 하반기 공동파업이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금융기관 콜센터를 거쳐 서울교통공사와 건강보험고객센터,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국민연금공단까지 이어졌다”며 “민영화를 막고, 공공성을 강화하고, 노동권을 확대하기 위한 싸움으로 시민안전을 위협하고 민영화 정책을 강행하는 정부 정책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26일 택시 월급제 완전 정착을 외치며 분신한 뒤 숨진 택시노동자 방영환씨 딸 희원씨도 “아버지는 없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것도, 떼쓰기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있는 법을 지켜 달라고 외친 것”이라며 “임금체불 해결, 완전월급제 이행, 해성운수 대표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이후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 전국비상시국회의(추), 전국민주행동 주최로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가 진행됐다. 앞서 서울시청을 비롯한 서대문역사거리 인근 곳곳에서 농민·빈민·장애인·여성 등이 사전대회를 열고 서대문역사거리에 모여 총궐기에 합류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윤석열 정권이 만들어낸 절망 속에 살 수 없다”며 “주권자인 우리는 오늘 반민생·반민주·반평화 윤석열 정권 퇴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후 집회 참가자들은 삼각지역과 서울고용노동청 방면으로 행진했다.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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