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재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민주노총·참여연대·한국비정규노동센터·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7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최저임금 투쟁, 을들의 연대방안 마련’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대기업과 임차인 같은 ‘갑’이 아닌 을과 을의 갈등을 부추기는 프레임을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영세상인 지원 확대로
‘인상 반대여론’ 무력화해야”
류기정 한국경총 전무는 지난 5일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에서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주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지불 주체의 경영 여건을 고려해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소·영세 상인의 어려움을 빌미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사회적으로 소상공인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여론을 무력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 방안으로 △코로나19 재난상황시 임대료 감면 제도화 △편의점을 비롯한 프랜차이즈 업체 최저임금 본사 책임제 도입 △집합금지와 영업제한에 따른 자영업자 손실보상 현실화 같은 대책을 주문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무시하고 노동자들의 얘기만 할 수 없다”며 “노동자와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연대하겠다는 것을 공식적인 요구로 선명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 600만 자영업자 연대방안 고민해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 문제는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경제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저임금 노동자의 희생을 용인해 이득을 본 직접적인 당사자는 재벌 대기업과 가맹대리점 본사, 상가임대인”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문제와 온라인 플랫폼기업의 독점 문제, 재벌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문제, 가맹대리점 본사의 갑질 문제, 상가임대차 문제 등 근본적인 체제를 바꾸기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호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최저임금으로 힘든 게 아니라 갑들의 횡포가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며 “을들의 연대는 최저임금을 올려서 소비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혜택이 자영업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협동사무처장은 “노동자와 중소상인이 연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싸운다면 ‘모든 것이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일각의 프레임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연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성원 한상총련 사무총장은 “을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거나 ‘함께 살자’는 구호가 단순한 세리모니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가 연대해야 할 대상은 한상총련이 아니라 600만명의 자영업자”라며 “자영업자 단체가 아닌 자영업자와 연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