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내년 예산안이 논란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데도 민간위탁 사업을 포함해 박원순 전 시장이 추진했던 사업의 예산을 대폭 줄였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자종합지원센터와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같은 곳의 예산이다. 박원순 지우기를 넘어 취약노동자와 시민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다.

불공정한 예산편성,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노동자에게
김준기 광진구노동복지센터장(자치구센터협의회 의장)
 

김준기 광진구노동복지센터장(자치구센터협의회 의장)
▲ 김준기 광진구노동복지센터장(자치구센터협의회 의장)

서울시 예산이 공정하게 효율적으로 사업 분야별로 집행될 수 있도록 편성하려면 공론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민간위탁사업 예산편성에 있어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 평가와 개선책에 대한 아무런 협의절차도 없이,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이뤄진 대폭적인 예산삭감은 권위주의 행정이다. 지역 풀뿌리 중간조직 민간단체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민간위탁 사업의 필요성을 폄훼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민간위탁 사업 예산을 삭감해 풀뿌리 중간조직, 시민사회 단체 등과 대립하는 것은 시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해는 지역 주민,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점을 서울시는 인식해야 한다.

서울시는 특히 자치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자치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는 서울시 조례에 의해 설립됐다. 비정규 노동자를 포함한 취약계층 노동자의 권리신장과 노동복지 증진 등을 위해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무료노동법률 상담, 노동인권교육, 문화 프로그램 등 많은 사업을 추진해 성과를 내면서 지역에서 자리 잡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불공정한 이번 예산편성으로 센터의 인원감축, 사업축소에 따른 역할 축소 같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오히려 사업비를 늘려 더 많은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데도 서울시는 거꾸로 가고 있다.

서울시는 사업 목적에 일관성을 유지하고 예측이 가능한 장기플랜을 제시하면서 자치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센터의 역할과 중요성에 살려 지금의 예산삭감은 재고돼야 한다.

 

지방자치 결실 훼손하는 폭정 막아야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이란 지방자치 역할과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오세훈 시장은 지방자치라는 개념부터가 틀렸다. 1인 독재가 아니라 민관, 행정과 현장이 함께 자발적인 협치를 이뤄가라는 게 지방자치의 원칙이다. 헌법에서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걸 한 사람이 와서, 지방자치 제도 30년 넘게 차곡차곡 쌓아 왔던 경험과 결실을 완전히 훼손하고 있다. 그중에서 불안정 노동, 불평등과 차별을 시민과 함께 개선하는 협력관계를 이번에 모조리 싹둑 자르는 폭정을 저질렀다. 서울시정을 사유화·정치화하는 것이다.

오로지 시민의 삶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력과 자기 편, 자기 계급 위주로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시민 대다수는 노동자다. 단순히 정규직·비정규직을 넘어 1인 자영업·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 다양한 노동형태가 만들어지고 있다. 노동법이 보호하는 5명 이상 사업장이나 대기업·공공기관·공무원을 제외하고는 노조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서울시가 보호하고 지지·지원하기 위해 25개 자치구에 센터를 만들고 행정을 해 왔다. 그런데 이들의 삶을 잊어버리려 하고 있다.

이들의 피해와 아픔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 시정을 펼치는 것을 당장 멈춰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노동권이 열악하다고 비난받는 상황에서, 서울을 세계적 도시로 만들겠다면서 이렇게 하는 것은 서울시장으로 기본이 안 된 것이다.

노동을 비롯해 주거·협치 등의 분야에서 광역·권역·자치구까지 촘촘히 단계를 만들어 시민의 삶과 연결해 탄탄히 행정을 펼치고 있는 단체들조차 예산을 삭감당했다. 사람을 무 자르듯이 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노동법이나 노동권, 시민과 노동자 삶에 대한 감수성이 없다.

서울시 예산 감액으로 피해와 아픔을 겪는 시민과 함께 폭정을 알려 내고, 일자리 위협을 받는 노동자도 당당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시의회에서도 유야무야할 게 아니라 결사항전의 자세로 싸워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상의 비정상화’ 예산 바로잡을 것
서윤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 서윤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 서윤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서울시의회는 지난 1일 서울시에서 내년 예산안을 받고 다음 날부터 행정사무감사에 돌입했다. 노동자종합지원센터뿐 아니라 민관협력 사업 예산 등 필수적인 예산이 많이 삭감됐다. 반면 오세훈 시장 본인이 공약한 사업 예산은 키워지는 모습이다.

정치적 예산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모든 시민을 위한 게 아니라 자기 편과 선거를 위한, 당내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갈라치기 예산이다. 지지자 결집을 위한 예산이 아닌가.

뚜렷한 근거가 없다. 삭감 편성을 한다면, 기존 사업이 불합리했다든지 여러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예컨대 예산에 낭비 요소가 있다면 그만큼 삭감하더라도 예산 수혜자들에게 제대로 가도록 예산을 편성하는 게 상식이다.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시민과 위탁기관·보조단체 사이를 편 가르기한다. 정치적 시장으로서 다음 선거만 생각하고 있다.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예산안 삭감 폭을 보면 자치구센터는 사실상 없애라는 메시지다. 자치구센터는 고용노동부나 노동위원회에 갈 수 없는 소상공인이나 플랫폼·비정규 노동자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자치구센터에서 어떻게 내실 있게 운영하고, 조직을 확대개편하고, 운영주체 역량을 높일 것인가 고민하지 않고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노동과 시민을 존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자치구센터 예산의 43%를 깎고는 자치구로 그 예산을 넘겨 버렸다. 서울시는 큰집이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재정자립도를 지닌 곳이다. 그래놓고 조그만 살림을 운영하는 자치구로 예산을 다 떠넘겨 버리면 큰집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런 상황이면 시간을 두고 조정을 해야지, 하루아침에 통보하면 어떻게 하라는 건가.

오세훈 시장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한다는데, 실제로는 ‘정상의 비정상화’를 하는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이런 비상식적인 예산을 바로잡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 시장이 몽니를 계속 부린다면 또다시 서울시민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퇴행하는 서울시 노동정책, 건설적 대안 찾아야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서울시 노동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연말 ‘2기 노동정책 기본계획’이 나왔는데, 실행이 안 되고 있는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주요 정책이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노동정책의 뼈대가 되는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포함해 2기 서울시 ‘감정노동자 권리보호 종합계획’, 지자체 최초로 만든 ‘산업안전보건 종합계획’ 모두 흐지부지되고 있다. 기본계획이나 종합계획은 이행 기간이 3~5년 걸리는 장기계획이다. 지금까지는 그동안 세워 놓은 계획과 잡혀진 예산으로 진행해 왔지만 당장 내년부터는 모든 것이 흔들릴 수 있다. 선도적 모델이었던 서울시 노동정책이 정체·퇴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과 예산뿐만이 아니다. 서울시가 확산시킨 생활임금 제도도 위태롭다. 2022년 서울시 생활임금은 1만766원으로 시간당 64원 인상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에도 못 미친다. 서울에서 3인 가족 생활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도입한 생활임금 제도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

서울시 노동정책을 현장에서 생활밀착형 사업을 펼치며 담당했던 각종 센터들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이미 그런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서울 청년공간인 무중력지대 수탁기관 한 곳이 최근 사업을 포기하고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권익센터 운영비(54%)와 사업비(33%) 삭감에 이어, 자치구센터 인건비(24%)와 사업비(67%) 감액안을 시의회에서 얼마나 복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노동 유관센터뿐만 아니라 청년·직장맘·어르신돌봄 등 다른 분야 센터들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노동정책은 사실상 ‘올스톱’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백신과 치료약 없이 감염병 위협에서 맨손으로 싸우라는 것과 다름 없다. 센터 사업이 축소되거나 없어지면 결국 피해는 비정규직과 열악한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이념적 문제를 넘어 ‘일하는 시민’들이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노동 분야는 양대 노총이라는 조직이 있어서 버티고 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행정부 10년이 노동·시민·사회단체에 좋은 점도 있었지만 분명 폐해도 있다. 제도화 과정에서 주체 역량을 튼튼하게 형성하지 못한 점이 그렇다. 이제라도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처해야 한다. 예산삭감 반대라는 소극적 구호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정책과 사업을 위해서라도 민간위탁이 아닌 노동재단과 같은 생산적인 토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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