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지난해 6월2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재난시기 해고금지와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위한 기자회견을 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방과후학교 강사를 고용보험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전제로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부가 방과후학교 강사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고용보험법·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9일 국회를 통과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에 따라 시행일은 올해 7월1일이 될 전망이다. 개정 고용보험법은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올해 7월부터, 플랫폼 노동자에게 내년 1월부터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과후학교 강사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과 관련해 “적용을 전제로 노동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고용보험을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세부적인 로드맵이 필요해 관련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달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개정으로 특수고용직 적용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노동부는 애초 산재보험 적용 특수고용직 직종 14개를 중심으로 고용보험을 적용하되, 적용 우선순위는 ‘보호필요성·관리가능성·사회적 영향력’에 따라서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특수고용직은 골프장 캐디·퀵서비스 기사·대리운전 기사·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으로 방과후학교 강사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방과후학교 강사 대다수가 생계절벽에 놓인 상황이 고용보험 적용 검토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개학연기·오프라인 수업 축소
코로나19 직격탄 맞아 보호 필요

지난해 2월 교육부는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확산하자 전국 초·중·고·특수학교의 개학을 연기했다. 이후 감염세가 일부 진정돼 개학을 재개했지만 오프라인 수업 축소와 온라인 수업 병행으로 방과후학교는 대부분 문을 닫았다.

방과후 강사의 수입 감소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서비스연맹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코로나19로 인한 방과후학교 강사 피해 실태와 노동환경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방과후 강사의 월평균 수입은 2019년 216만원에서 지난해 13만원으로 94% 줄었다. 당시 월수입이 0원이라고 답한 강사는 1학기 기준 응답자 73.3%, 2학기 기준 79.5%나 됐다. 하지만 이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실업급여조차 받을 수 없었다.

방과후학교 강사 고용보험 적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2월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노동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통해 고용보험법·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2월 고용보험심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같은달 입법예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노동부 관계자는 “상반기 안에 시행령을 개정하면 그 안에 구체적인 직종이 담길 예정”이라며 “어느 직종이 포함될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방과후 강사도 같이 검토는 하고 있는데 7월1일 고용보험 적용 직종으로 담길지 아닐지는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끝날 기미 없는 고통
“1년째 수업 못해”

방과후학교 강사의 보릿고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에서 방과후 강사로 20년 넘게 일한 강연희씨는 지난해 2월 돌봄교실에서 수업한 것을 마지막으로 1년여간 수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방과후강사노조(위원장 김경희) 조합원인 그는 “경기도교육청에서 지난해 계약했던 분들은 계약을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도 “학교운영위원회가 방과후학교 수업 재개 방침을 통과시켜야 해서 수업 재개가 불확실한 상황으로 재계약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급한 특수고용·프리랜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제주도 상황은 더 안 좋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제주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학생수 기준으로 지급하던 강사료를 시간당 임금으로 바꿔 지급했다. 또 최근에는 학생 정원 10명 미만 강의는 폐쇄하기로 지침을 내렸다. 김경희 위원장은 “지난해 시간당 임금으로 변경되면서 방과후 강사 수입이 (평소 받던 것보다) 30~40% 줄었다”며 “10명 미만 강좌 폐강으로 더 많은 수업이 줄게 됐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달 15일부터 제주도교육감과 면담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농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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