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특별연장근로(인가연장근로)를 확대한다. 상반기에 사용한 특별연장근로를 사용기간 한도에 포함하지 않는 방식이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거세다.

노동부는 14일 “코로나19 국가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연장근로 활용 가능 기간을 한시적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에는 특별한 사정으로 법정 연장근로시간(주 12시간)을 초과해 일할 때 노동자 동의와 노동부 장관 인가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돼 있다. 특별연장근로제도라 부른다. 애초에는 재해·재난에 준하는 사고 수습을 위한 경우에만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했지만 올해 1월 사유를 확대했다. 노동부는 근기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인명보호 △돌발상황 수습 △업무량 폭증 △연구개발 등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게 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내용의 근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노동시간 유연화를 요구하는 기업 요구를 수용해 내놓은 후속 조치다.

노동부는 장관 지침인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업무처리 지침’에서 돌발상황과 업무량 폭증에 따른 특별연장근로 최대 인가 시간·기간을 주당 12시간(총 64시간), 1회 4주, 최장 90일로 제한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 규정을 손보기로 했다. 지침을 개정해 올해 1월부터 6월 기간을 특별연장근로 활용 가능한 기간에서 일괄 제외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상반기 90일을 사용한 기업은 하반기 90일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단 상반기에 특별연장근로를 사용한 기업이 하반기에 재신청하면 인가 시간을 주당 8시간(총 60시간) 이내로 유도할 방침이다. 이 조치는 과로 산재인정 기준과 관련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뇌심혈관계질환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노동시간이 64시간을 초과하면 산재로 인정한다.<본지 2020년 6월3일자 6면 ‘특별연장근로 기간 제한 빗장 풀겠다는 정부’ 참조>

노동부는 “코로나19 위기상황이 지속해 기업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고 이번 대책 이유를 밝혔다.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1천665건을 인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81건)보다 9배 넘게 증가했다. 이 중 방역이나 마스크 제조 같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인가건수는 1천274건, 무관한 인가건수는 391건이다. 인가사유를 확대했더니 코로나19와 관계없는 사업장에서도 신청을 많이 했다는 얘기다.

노동계는 주 52시간제를 포기한 조치라며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주 52시간을 넘는 특별연장근로가 이처럼 일상적으로 허용되면 노동자 생명·안전을 위해 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법률의 근간을 흔들게 되고 실노동시간 단축 정책은 무력화되고 말 것”이라며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위법한 특별연장근로 인가확대 조치 철회를 정부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특별연장근로 일상적 사용이 허용되면 토·일요일을 제외한 1년 250여일 중 최대 180일 동안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게 된다”며 “코로나19 위기상황을 빌미로 장시간 노동을 허용해 과로사를 조장하고 실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조치를 거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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