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석호 노동운동가

양대 노총의 임금연대 결의를   들어 환영한다

중심부 노동의 임금동결 제안에 대해 예상대로 돌팔매가 날아왔다. 자본의 앞잡이라는 둥 손모가지를 끊어야 한다는 둥 매캐한 흙먼지도 섞여 왔다. 아프지 않았다. 돌팔매가 무색할 만큼 격려와 응원이 노동운동 안팎에서 잇달았다. “막 질러 뿌라, 토론이라도 되게” 한 노조간부의 메시지였다. 실제 노조 각 단위에서 진전이 있었다. 임금인상분 일부를 내놓아 코로나19 고통이 집중되는 밑바닥 노동 등 취약계층 지원에 사용하겠다며, 민주노총 중앙집행위는 공동근로복지기금을 결의하고 한국노총 산별대표자회의는 상생연대기금을 결의했다. 양대 노총 결의는 노조운동의 획기적 진전이다. 사회적 책임은 재벌에만 요구되는 게 아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세금으로든 임금으로든, 또 많든 적든 분담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다. 양대 노총 결의는 노조운동이 사회적 책임의 주체로 당당히 서겠다는 선언이다.

임금동결은 노동평등의 문제다

<표1>을 보자.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근거로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연봉 분위별 노동자의 평균연봉 및 연봉하한액 추이’ 통계다. 이 표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첫째, 양대 노총 조합원 상당수가 상위 10% 안에 들어 있다. 상위 10% 연봉하한액은 6천950만원이다. 둘째, 양대 노총 조합원 대다수는 최소 상위 50% 안에 든다. 기준선은 2천864만원이다. 셋째, 상위 10% 하한선과 하위 10% 상한선의 차이가 무려 5.96배다. 노동이 심하게 불평등하다. 북유럽과 일본은 3배를 넘지 않는다.

이제 평균연봉 증가율을 보자. 3분위(하위 30%)와 2분위(하위 20%)가 가장 높았다. 16.4%로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 효과였다. 그 층은 최저임금 직접 대상이다. 한데 액수로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위 30%와 하위 20% 증가액은 187만원과 146만원이었다. 반면 상위 10%는 311만원으로, 훨씬 많이 올랐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상황에서 빚어진 결과였다. 더구나 앞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쉽지 않다. 이 추세에 특단의 파열구를 내지 않으면 상·하위 10% 간 격차가 10배를 넘어서는 지옥의 날이 머지않았다. 그래서다. 돌팔매를 각오하고 임금동결을 주장한 핵심 이유다. 코로나19 위기에서는 민간 상층 노동의 임금만 앞으로든 뒤로든 인상될 게 뻔한데, 방관할 수는 없었다. 임금동결은 하후상박 임금연대의 최고 수위 전략이다.


구좌파에게 묻는다

임금동결에 대한 구좌파의 반대에 답한다. 구좌파도 다양한 층위가 있는데, 상층 노동이 노조 바깥의 밑바닥 노동과 나누고 연대해야 한다는 사회연대전략을 대체로 반대하거나 외면한다. 구좌파는 기·승·전 투쟁을 통해, 기·승·전 정부와 재벌에 빼앗아서, 기·승·전 임금인상 노선을 고집스레 붙들고 있다. 숱한 통계를 근거로 노동 불평등의 암울한 현실을 코밑에 들이밀어도 막무가내다. 노동조합 바깥 밑바닥 노동의 처지를 당최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 논리가 궁하면 노동자 사이 소득 격차보다 재벌과 노동의 격차가 더 크기 때문에 재벌의 소득집중 문제가 풀리면 노동 불평등도 풀린다고 말한다. 황당한 궤변인데, 일단 통계를 보자.

<표2>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2017년까지의 최상위 소득 비중’이다. 노동소득뿐 아니라 사업소득과 금융소득 포함 총소득 기준이다. 2017년 총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50.65%였다. 나머지 90%를 모조리 합쳐도 절반이 안 됐다. 심각한 불평등이다. 구좌파 주장처럼 최상위 1%의 소득 비중이 너무 높아 그런 것은 아닐까 봤다. 최상위 1%의 비중은 15.26%였다. 많았다. 그런데 바로 아래, 상위 1% 미만 상위 5%까지의 비중도 19.32%였다. 많았다. 또 그 아래, 상위 5% 미만 상위 10%까지의 비중도 16.07%였다. 역시 많았다. 그래서 계산을 해 봤다. 상위 10%의 50.65%에서 최상위 1%의 15.26%를 빼니, 35.39%가 나왔다. 상위 9%가 차지하는 비중이고, 그 층의 다수는 노동자다.


구좌파 주장대로 상위 10% 밑의 90%에게 최상위 1% 소득을 몽땅 넘겨 봤다. 그래도 90%의 소득은 64.61%에 불과했다. 구좌파에게 묻는다. 최상위 1%의 소득 15.26%에만 문제가 있고, 상위 9%의 35.39%는 별문제 아니란 말인가. 최상위 1%의 15.26%에만 모든 책임을 떠넘긴 채 언제까지 상위 9%의 35.39%를 옹호할 것인가. 한국의 10 대 90 불평등 추세가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상위 9%의 소득 비중은 40%를 넘길 텐데, 그때도 지금처럼 외면할 텐가. 그 층의 다수는 노동자니까 모르는 척 넘어가자는 건가. 노동의 평등은 어디에 처박아 버렸단 말인가.

이 비판에 대해 구좌파는 재벌 사내유보금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구좌파에게 사내유보금은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도깨비방망이다. 사내유보금의 성격과 환수 가능성은 접어두고, 당최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있다. 구좌파는 상층 노동도 동등하게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하후상박에도 시큰둥한데, 그러면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양보를 바라지 않는다는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데, 그런 구좌파 방식이라면 사내유보금을 풀어도 상·하 노동이 균등하게 나눌 텐데, 그렇다면 노동분단 해소는 불가능한 것 아닌가. 또 구좌파는 투쟁을 통해 임금을 쟁취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투쟁력이 강한 중심부 노동이 더 많은 몫을 가져갈 텐데, 그러면 사내유보금을 풀면 노동분단은 더 심해지는 것 아닌가. 구좌파의 논리를 파면 팔수록 알다가도 모를 일 천지투성이다.

사회진보연대의 반론에 공감한다

사회진보연대도 임금동결론에 반대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사회진보연대는 “극소수를 제외하면 올해 죽자 살자 임금인상 투쟁에 나설 노동조합이 없다”며 “임금동결론은 허울뿐인 연대임금”이라 했고, “코로나19 정세에 적합한 연대임금, 연대고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방안으로 첫째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사가 사회보험료에 대한 책임을 높이며, 방역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민주노총 조합원을 포함한 고소득 계층이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둘째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고임금과 고용안정을 가장 후하게 누리는 집단”이기에 “일자리 창출에도 큰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미 일자리를 잃은 청년과 고령층에게는 단기 일자리를 포함하더라도 고용을 최대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재정의 제한을 고려하면, 고임금을 유지하는 노동조합의 기득권 일부는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 했다.

사회진보연대 반론은 엄밀히 볼 때 임금동결의 한계를 넘어서자는 성격의 반론이다. 조합원 1인당 평균 1천만원을 양보하고 540명의 청년 신규 일자리를 만든 부산지하철노조가 이미 실행한 방안이다. 다만 노조운동 총체가 결의하기에는 시일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노동운동가 (jshan896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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