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외부인용으로 사용하는 ‘모바일 출입 시스템’을 2·3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도입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현대차의 이런 조치는 지난 2월6일 서울중앙지법의 불법파견 판결에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고 사내하청 노조는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 울산공장 1·2차 사내하청 노동자 68명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하청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는 현대차라고 인정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지회장 김현제)는 11일 “현대차의 하청노동자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실제 사용자임을 부정하고 이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원청인 현대차는 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월 불법파견 판결에도 오히려 하청노동자 외부인 취급”

지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20일 그룹 계열사를 통해 울산공장 2·3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기존에 사용하던 출입 시스템인 ‘공무증 시스템’을 중단하고, ‘모바일 출입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회 반발을 비롯해 논란이 일자 지난달 24일 현대차는 이달 20일까지 모바일 출입시스템 도입을 일괄 연장하겠다고 공지했다. 기간 안에 설치하지 않으면 21일부터는 출입이 통제된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에는 직원들이 사원증을 보여주고 들어가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사원증에 사진이 없어서 도용이나 보안 우려가 컸다”며 “이 부분 때문에 모바일 출입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회는 반발했다. “사내하청 노동자가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법원이 지난 2월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자,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파견 요소를 줄이기 위해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김현제 지회장은 “모바일 출입시스템은 3년 정도 전부터 있었지만 외부인용으로 사용돼 왔다”고 주장했다. 김 지회장은 “현대차가 불법파견으로 판단될 만한 요소를 줄이기 위해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같다”며 “현대차는 지난 2월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해야 할 하청노동자들을 오히려 외부인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출입시스템 변경은 원청이 직접 발 벗고 나서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행위로 또 하나의 불법파견 증거”라고 주장했다.

“위치정보 같은 사생활, 회사에 노출 우려”

개인정보 유출도 우려했다. 지회 관계자는 “모바일 출입시스템 앱을 깔면 동시에 설치되는 MDM(Mobile Device Management) 앱을 통해 스마트폰에 담긴 위치정보, 전화번호, 사진을 비롯한 사생활이 회사에 노출될 수 있다”며 “공장 초기화를 거쳐도 개인적으로는 앱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앱을 설치하고 출입을 하면 공장 안에서 카메라, 녹음 기능 등을 사용할 수도 없게 된다”며 “노동자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이고, 노동자들 입장에선 업무 중 필요한 카메라 사용도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지회 우려에도 현대차는 모바일 출입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으면 공장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예고한 상태다. 김현제 지회장은 “앱을 깔지 않으면 출입을 막겠다고 하는데 이는 해고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을 볼모로 한 폭압적인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지회장은 “어떻게 해서든 모바일 출입시스템 도입을 막을 것”이라며 “파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회는 이미 지난달 23일 모바일 출입시스템 도입을 반대하며 64분간 파업을 했다. 지회에 따르면 하청업체는 “파업으로 6천400만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지회 간부를 대상으로 민사소송과 형사고소를 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