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송영숙(43, 사진 왼쪽) 당시 영남대의료원지부 부지부장과 박문진(59)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

“기쁘고 감사합니다. 조합원·비조합원 가리지 않고 노조가 하는 일을 늘 믿어 줬어요. 노조가 매번 복지나 임금인상·노동환경 문제를 다 다뤘기 때문 아닐까요? 노조에 들어오지 않아도 노동문제를 다 다뤘다는 이유로 혹시 (다른 직원들이 노조에) 안 들어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지난 4일 영남대의료원에 13년2개월하고도 13일 만에 출근한 송영숙(43·사진 왼쪽)씨가 5일 <매일노동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웃으며 한 말이다. 송씨는 밝은 목소리로 복직 소회를 밝혔다. 마음과 행동으로 자신을 지지해 준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가 복직하면서 2006년부터 시작된 영남대의료원 사태는 일단락됐다.

2006년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는 2006년 주 5일제 도입에 따른 인력충원 등을 요구하며 3일간 부분파업을 했다. 그러자 병원측은 이듬해 지부 간부 10명을 해고했다. 2010년 대법원은 10명 중 7명을 부당해고로 인정했다. 박문진(59)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과 당시 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 부지부장이었던 송영숙씨는 복직투쟁을 했다. 송씨는 지난해 7월1일부터 박 지도위원과 74미터 높이의 영남대의료원 본관 옥상에서 107일간 고공농성을 했다.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한 탓에 지난해 10월15일 농성을 중단했다. 박 지도위원은 혼자서 120일간 옥상에서 싸우다가 농성 227일 만인 올해 2월11일 땅으로 내려왔다. 노사가 복직에 합의하면서다.

합의에 따라 박문진 지도위원은 3월1일에 복직한 뒤 바로 퇴사했다. 송영숙씨는 지난 1일자로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됐다. 1년 뒤 정규직 채용절차를 밟는다. 응급실 간호사로 일했던 송씨는 사업운영팀에서 업무를 1년간 익힌 뒤 노사협의를 거쳐 부서배치를 받게 된다.

복직은 노조와 시민단체·시민들의 연대투쟁 결과다. 영남대의료원지부는 고공농성·단식·국회 증언대회·도보순례·오체투지를 했다. 곳곳에서 투쟁을 지지했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를 위해 크레인에서 309일간 농성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부산에서 대구까지 걸어갔다. 고공농성 중인 박 지도위원에게 자신이 투쟁 때 입었던 빨간색 패딩을 선물했다.

나순자 노조 위원장·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김진경 영남대의료원지부장을 비롯해 장태수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과 각 단체의 활동가·시민단체 대표들이 동조단식으로 연대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동조단식 당시 <매일노동뉴스>에 “대구가 보수적인 도시라 집회를 하면 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번에는 그런 분을 보지 못했다”며 “지역에서 많이 안타까워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송영숙씨는 “복직 합의가 이뤄진 뒤 감사 인사 자리를 갖기로 했는데 코로나19로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다”며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끝나 인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