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금체불에 항의해 하청노동자가 목숨을 끊은 뒤 포스코건설이 체불임금을 직접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체불임금 규모를 놓고 하청회사와 노동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민주노총 전북본부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애초 하청노동자들에게 체불임금을 지난 20일 직접 지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다. 하청노동자들이 추산한 체불액과 포스코건설이 지급하려는 금액에 차이가 나면서다. 포스코건설측은 “원청은 임금체불액을 추산할 권한이 없어 하청업체들이 합의한 금액을 지급하려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자들은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다.

“원청은 하청 노무비 결정권한 없다? 책임 회피”

지난 4일 포스코건설 2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조아무개씨가 투신해 숨졌다. 그는 숨지기 전날까지 체불임금 문제로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포스코건설 하청노동자 29명은 포스코건설과 4개 하청업체를 임금체불 등의 혐의로 고용노동부 익산지청에 진정을 냈다. 지난 12일 포스코건설은 하청노동자 체불임금을 직접 지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은 체불임금액을 하청업체들끼리 합의해 알려 달라고 했고, 하청업체들은 8천만원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북본부는 “출근내역 등을 확인한 결과 체불임금으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낸 29명 중 사용자를 뺀 27명에게 체불된 임금액은 1억2천만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포스코건설은 보령 화력발전소의 석탄 운반 컨베이어설비 구조물 제작을 발주했다. 입찰을 통해 포스코건설과 계약한 하청업체 SNP중공업은 또다시 2·3·4차 하청업체에 일부 업무를 외주화했다.

포스코건설은 원청은 SNP중공업에 대한 노무비 결정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설비공급 계약의 경우 원청이 관리하는 현장에서 작업이 이뤄지지도 않고, 설비공급업체 자체 공장에서 제작해 납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원청 입장에서는 업체에 일정 금액을 (통으로) 지불하기로 하고 설비를 구매한 것으로, 하청업체들 간 노무비 합의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청이 관리하는 현장(부지)에 하청업체가 들어와 작업을 하는 공사계약과는 다르다”며 “포스코건설이 설비공급업체 노무비에 대해 자체조사를 하려고 해도 권한이 없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위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건설측은 “임금체불액 지급 준비는 다 돼 있으며, 하청업체들과 노동자 간 합의만 이뤄지면 지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북본부는 “하청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하청노동자 체불임금을 직접 지급하겠다고 밝혔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일어난 비극 다시는 없어야”

임금체불의 근본원인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청의 하청을 거치면서 중간에 이윤을 취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의 인건비는 대폭 줄어든다. 실제 보령 화력발전소가 발주한 구조물 제작은 수주한 포스코건설 아래 4차 하청까지 이어졌다. 전북본부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의 경우 구조물 제작을 하도급 주면서 1차 하청업체에 5억9천만원의 기성비를 지급했다. 기성비는 인건비와 소모성 자재비로 이뤄진다. 이렇게 다단계를 거쳐 3차 하청업체가 4차 하청업체에 지급한 기성비는 1천500만원에 그쳤다.

전북본부는 “숨진 조씨는 지난해 11월15일부터 1월 말까지 일했지만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며 “그는 숨지기 전날까지 못 받은 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부에 찾아가고 여러 동료들과 전화로 체불임금을 받을 방법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나오지 않도록 다단계 하청 구조를 개선하고 발주사와 원청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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