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2년 동안 근무하면서 한 번도 결근하지 않았고 하루 한 시간 먼저 나가 일했어요. 그런데 돌아온 것은 부당해고예요. 지금도 제가 돌보던 어르신들이 보고 싶어요.”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에서 계약직 요양보호사로 일하던 강아무개씨가 장갑 낀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강씨는 지난 8일 계약종료 통보를 받았다. 계약만료를 5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이유를 물었지만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수는 없었다.

요양보호서비스노조 서울지부(지부장 노우정) 조합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 모였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는 요양보호사 부당해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강아무개 요양보호사는 2018년부터 센터에서 기간제 요양보호사로 일했다. 계약기간은 1년으로 지난해 초 계약이 한 차례 연장됐다. 그해 말에는 올해 1월 한 달치 근무 스케줄이 적힌 근무표를 받았다.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되리라 기대했다. 지난해 12월 한 기간제 요양보호사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터라 기대감은 컸다. 계약만료 통보를 받기 전인 5일 구내식당 식권을 열 네장이나 산 이유다. 하지만 강씨는 결국 식권을 다 쓰지 못한 채 요양센터를 나와야 했다.

센터는 강씨에게 계약해지를 예고한 당일 오후 요양보호사 5명을 채용한다고 공고했다. 인력이 필요하지만 정규직 전환 대상인 기간제 요양보호사를 해고한 꼴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서 정한 2년 사용기간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노조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해고냐”며 “위탁운영을 시작하자마자 부당해고를 자행하는 봉은사는 해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봉은사는 올해 초 서울 송파구에서 센터 운영을 수탁했다.

노우정 지부장은 “센터측이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들은 계약연장이 거부되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어버리는 비정규직이지만 갱신기대권이라는 게 있다”며 “한 달치 스케줄을 받은 이가 어떻게 계약연장이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겠냐”고 되물었다.

오인환 민중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요양보호제도는 노인들의 안정된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서 만든 제도인데 공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요양보호사는 하루아침에 잘려 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센터측은 “절차상의 불법이나 위법사안이 있었다면 조치를 취하겠지만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있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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