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관위의 투표 결과 발표 직후 두 후보조가 인사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소통의 리더십이 한국노총 선거인단의 마음을 흔들었다. 21일 오후 한국노총 정기선거인대회에서 기호 2번 김동명-이동호(위원장-사무총장) 후보조가 선거인단 50.5% 지지로 당선했다. 화학노련 3선 위원장이지만 외부로 부각되는 일이 없었던 김동명 위원장 당선자는 선거기간 내내 “화려한 이력은 없지만 겸손한 자세로 현장과 소통하는 위원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강한 지도자가 총대를 메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며 대중의 힘으로 문제를 풀어 가는 소통의 리더십을 내세웠다.

경선으로 치러진 한국노총 27대 임원선거는 박빙의 대결구도로 막판까지 당선자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두 후보조 모두 ‘1노총 지위 회복’으로 상징되는 조직확대를 최우선에 두고 노동존중 사회 건설을 견인하겠다고 약속했다. 전 지역 상담소 설치냐(기호 1번), 한국노총 중앙단위 일반노조 설립이냐(기호 2번)처럼 구체적인 방법만 달랐을 뿐 지향하는 방향은 사실상 같았다. 때문에 선거일정이 막판으로 갈수록 정책대결보다는 조직선거 양상으로 흘렀다. 김동명 위원장 당선자는 개혁 성향을 가진 제조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동호 사무총장 당선자는 전통적인 보수 성향의 한국운수물류노조총연합회(CKTLU·옛 KTF) 부의장이다. 김동명-이동호 당선자 선거운동본부는 한국노총 보수세력과 개혁세력이 함께 구성한 셈이다.

기업별노조 중심 한국노총에서 일반노조 실험 통할까

임원선거 최대 이슈는 1노총 지위 회복이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노조 조직현황에 따르면 민주노총(96만8천35명)이 한국노총(93만2천991명)을 추월했다. 처음으로 한국노총이 2노총으로 내려앉으면서 조직확대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김동명-이동호 당선자는 “1노총 지위 회복을 위해 비상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50명 규모로 조직활동가를 채용하고 전국단위 일반노조를 만들어 한국노총 중앙에서 조직사업을 관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노조를 만들어 한국노총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일반)노조에 가입하도록 조직사업 시스템을 전환하겠다는 말이다. 산별노조가 중심이 된 민주노총과 달리 기업별노조가 공고한 한국노총에서 일반노조 설립을 통한 조직확대가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동명 위원장 당선자는 “한국노총의 위기는 표면적으로 1노총 지위를 상실한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노동자 신뢰를 얻지 못한 것에 있다”고 진단했다.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한국노총으로 오지 않는 것은 한국노총이 이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다. 김 당선자는 “조직확대의 목표는 신뢰회복”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문재인 정부와 긴장관계로 돌아서나

김동명 위원장의 당선 일성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책협약 이행의지를 묻는 방식으로 문재인 정부와의 정책협약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4월 총선 정치방침을 결정하는 2월 한국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 문재인 정부와의 정책협약 재검토를 안건으로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와 당장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겠지만 긴장국면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노정관계 가늠자는 기업은행이다. 김동명 위원장 당선자는 이날 첫 행보로 낙하산 인사 반대투쟁을 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을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윤종원 행장 지키기에 나선 상황에서 김동명 위원장 당선자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관심이 쏠린다. 그는 당선사례에서 “직무급제 추진 중단과 노동배제적인 광주형 일자리 중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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