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명 후보(왼쪽)와 김만재 후보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잠시 밖에 나와 담뱃불을 나누고 있다. 정기훈 기자

“연호를 금지해 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도 선거인단은 지지후보의 이름 외치기를 쉬지 않았다. 선거인단 연호가 커질수록 정견발표에 나선 후보들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후보들은 투쟁력과 협상력을 겸비한 한국노총, 1노총 지위 회복을 통한 무너진 조합원 자존심 회복을 공약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25개 회원조합 3천128명의 선거인단은 박수와 환호로 지지후보에 응원을 보냈다. 21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27대 임원 선출을 위한 정기선거인대회 현장이다.
 

▲ 정기훈 기자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김만재” “김동명”

선거인대회가 열리기 1시간 전부터 실내체육관은 전국에서 모인 선거인단으로 들썩였다. 임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두 개 후보조 네 명의 후보는 대회장 앞에서 선거인단을 맞으며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에 “파이팅”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선거인단은 삼삼오오 모여 어느 후보조가 우세한지 점쳤다. 선거인단은 “기호 2번이 더 앞선다”거나 “막판까지 가 봐야 한다”며 지지후보에 대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상수 한국노총 선거관리위원회 대표위원이 기호 1번 김만재 위원장 후보와 허권 사무총장 후보, 기호 2번 김동명 위원장 후보와 이동호 사무총장 후보를 차례로 소개하자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여기저기서 “김만재”와 “김동명”을 외쳤다.

추첨에 따라 먼저 정견발표에 나선 기호 2번 김동명 위원장 후보는 한국노총의 1노총 지위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한국노총이 1노총 지위를 잃은 원인을 ‘신뢰 상실’로 진단하고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이 한국노총을 찾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김 후보는 “한국노총은 현장의 신뢰를 잃었고, 조합원들의 삶은 퍽퍽해졌다”며 “눈앞에 보이는 비정규직의 삶이 우리 자식의 삶이 아니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노총 지위 회복은 가장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힘들게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과 함께할 때 가능하다”며 “현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전체 노동자의 지지를 획득해 1노총 지위를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소리쳤다.
 

▲ 정기훈 기자

선거인단 개표 직후 ‘브이’ 그리자 “됐다” 환호

기호 1번 김만재 위원장 후보는 현장을 강조하며 한국노총이 투쟁과 협상의 양 날개를 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사회 건설 시계가 멈췄다”며 “더 이상 정책협약만 쳐다보고 있을 수 없다. 빼앗긴 노동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투쟁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1노총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조직화와 노동 중심 사회적 대화 관철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노총은 투쟁과 협상의 양 날개로 날아야 한다”며 “당당한 한국노총, 자랑스러운 한국노총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선거인단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들의 이름을 쉼 없이 외쳤다. 후보들의 정견발표가 끝나기도 전에 2층에 앉아 있던 선거인단이 투표를 위해 기표소가 마련된 1층으로 내려와 투표를 기다렸다. 25개 회원조합 선거인단 3천128명은 16개 기표소에 들어가 지지하는 후보에 한 표를 던졌다.

오후 3시30분께 연단 인근에서 “오케이, 2번”이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개표작업을 지켜보던 일부 간부들은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치켜세웠다. 좌중에서 “됐다” “오케이” “김동명” “이동호”를 연호했다. 기호 2번 김동명-이동호(위원장-사무총장) 후보조가 52표 차이로 27대 한국노총 임원에 당선하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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