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의 성별 임금격차가 최대 46.4%로 나타났다.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54만원 정도를 받는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22개 투자·출연기관의 2018년 성별 임금격차를 조사해 기관별·직급별·직종별·재직연수별·인건비구성항목별로 분석한 결과를 9일 홈페이지(seoul.go.kr)에 공시했다. 성평등 임금을 공시한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서울시와 성별임금격차개선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성평등 임금공시 토론회’를 열고 성별 임금격차 공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지난해 만근한 각 기관 정원 내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노동자 2만2천361명이다. 지난해 설립돼 만근자가 없는 서울기술연구원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전체 남성과 여성의 임금액 분포 중 각각 중윗값을 기준으로 했다.

“여성노동자 임금 낮고 근속기간 짧아”

성평등 임금공시에 따르면 서울시 22개 투자·출연기관의 성별 임금격차는 46.42%에서 -31.57%로 다양했다. 격차가 30%면 남성 임금이 100만원일 때 여성은 70만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마이너스의 경우 여성 임금이 더 높은 경우다. 가령 -30%면 남성 임금이 100만원일 때 여성 임금은 130만원이다.

19개 기관의 성별 임금격차는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국 성별 임금격차 34.6%보다 작았다. 나머지 3곳, 서울연구원(46.42%)·서울산업진흥원(37.35%)·서울에너지공사(40.99%)는 그보다 컸다. 전기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연구원과 서울산업진흥원은 2017년과 2018년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여성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대거 이뤄진 곳”이라며 “서울에너지공사는 남성의 재직기간이 여성에 비해 길고, 교대근무직을 모두 남성이 맡고 있어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여성가족재단과 서울장학재단은 여성 임금이 남성보다 높았다. 전 연구위원은 “두 기관 모두 상위직급 여성 비율이 높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여성노동자는 남성에 비해 숫자가 적고 평균 근속기간이 짧았다. 공시대상 기관 전체 노동자 중 여성은 18%에 그쳤고, 평균 근속기간은 남성이 여성보다 7.7년 길었다. 120다산콜재단이나 서울여성가족재단처럼 여성노동자 비율이 높은 기관에서는 여성의 근속기간이 남성보다 길고, 성별 임금격차가 낮거나 오히려 여성 임금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기관에서 상위직급으로 갈수록 여성비율이 낮아졌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상위 직급(1~2급)에 여성이 없었다. 건축·토목 등의 직종이 많은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상위 직급(1~3급)의 남성 비중이 88%를 차지했다.

서울시 “성평등임금자문단 구성하겠다”

서울시는 성별 임금격차 개선을 위해 성평등임금자문단을 구성해 컨설팅을 할 계획이다. 성평등임금자문단은 차별조사관과 노무사·변호사를 비롯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다. 자문단은 각 투자·출연기관을 방문해 3단계에 걸쳐 컨설팅을 한다.

서울시는 또 성평등 임금공시 대상을 민간위탁기관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공공·민간부문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성평등임금 실천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윤희천 서울시 여성정책담당관은 “서울시 성평등임금공시는 다른 지자체 참여를 선도할 뿐 아니라 민간부문의 인식전환과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