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가 19일 오전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인력충원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보안경비요원은 하루 평균 3만보를 걷습니다. 20킬로미터가 넘어요. 탑승교 운영 담당 노동자는 혼자 2개 게이트를 맡았는데, 최근 3개로 늘어났습니다. 게이트 사이를 오가며 바쁘게 일하다 골절사고를 당한 노동자도 있어요. 인천공항공사는 셔틀트레인 유지보수 인력과 환경미화 인력을 줄여 버렸습니다. 노동자들이 다치는데도 인력감축을 계속하고 있어요."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가 19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개최한 인력증원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순옥 지부 수석부지부장의 말이다.

"인천공항 이용객 늘었는데 인력은 계속 줄여"

공사는 지난해 1월 인천공항 2터미널 개관을 앞두고 용역회사 용역비 950억원을 감축했다. 2터미널이 개항하면 1터미널 이용객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인력을 축소했다. 예상은 틀렸다. 지난해 이용객이 전년 대비 10% 증가한 6천800여만명으로 집계됐다.

공사는 이용객이 증가했는데도 인력감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승강설비 유지보수·터미널 유지보수·셔틀트레인 유지보수·토목시설 유지관리·탑승교 운영·환경미화 분야에서 100여명을 감축했다. 이용객 증가로 업무량이 늘어난 분야에서는 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2인1조로 움직였던 보안경비요원은 지금 혼자서 순찰을 한다.

인력감축으로 강화된 노동강도는 직원 실태조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부는 5월부터 8월까지 직원 1천974명을 대상으로 교대제 현황과 노동강도를 비롯한 업무환경을 조사했다. 지부는 공항 노동자 피로도를 FSS(Fatigue Severity Scale) 방식으로 평가했다. FSS는 자가진단 피로도 테스트로 불린다. 국내외 연구에서 환자 피로도를 측정하는 지수로 활용된다. 피로도가 가장 높으면 7점, 가장 낮으면 1점이다.

만성 C형간염 환자보다 피로
10명 중 8명 이상 근골격계질환 앓아


인천공항 노동자 평균 피로도는 4.41점으로 나타났다. 만성 C형간염 환자 평균(3.8점)보다 높다. 노동자들은 피로 원인으로 야간근무(72.4%)와 수면부족(60.4%)을 지목했다(중복응답). 아프거나 다치는 노동자들이 많았다. 응답자의 19.1%가 일하다 다쳤고, 48.8%는 질병에 걸린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근골격계질환을 앓고 있다는 답변은 86.9%나 됐다.

지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력증원을 통한 교대제 개편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요구했다. 현재 공사 정규직은 4조2교대, 용역업체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3조2교대로 일한다. 지부는 "정규직의 주당 평균근무시간은 33.3시간, 비정규직은 44.3시간"이라고 밝혔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두 달가량(570여시간) 더 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해진 지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늘어나는 업무범위·순찰구역을 감당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런 희생에 의지해서는 공항 이용객과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공사가 안전한 공항을 바란다면 책임 있는 자세로 안전 개선을 위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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