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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물류서비스법 발의] 택배노동자 괴롭히는 공짜노동 근절할까노동·시민·사회단체 환영 … 일부 배달대행업계 종사자 우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이 지난 2일 발의됐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2인이 제출한 제정안은 노동계가 요구한 백마진 금지와 계약갱신청구권 보장, 종사자 보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정부·여당 안이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택배·퀵서비스·배달대행업을 포함한 생활물류서비스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산업재해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환경에서 일하는 배달대행업계 노동자 상황을 개선하기에 역부족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무법천지 택배산업 규제 토대 마련"

택배·배달대행업은 별도 관련법 없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적용을 받고 있다. 차량 공급과 운송·중개에 초점이 맞춰진 화물자동차법으로 생활물류산업을 규율하기엔 한계가 뚜렷했다. 최근 생활물류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했다. 그로 인한 서비스 질 하락, 택배·배달대행 노동자 노동조건 악화와 수입 감소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게다가 화물자동차 종류에는 이륜차가 포함되지 않아 이륜차를 이용한 배달대행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랐다.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안에는 노동계 요구가 다수 반영됐다. 택배업 백마진 금지가 대표적이다. 백마진은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소비자에게 2천500원의 배달료를 받고, 그중 일부를 착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정안 43조1항은 "생활물류서비스사업자·영업점·택배서비스사업종사자·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종사자가 아닌 자는 소비자가 생활물류서비스 대가로 지급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수취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택배업계는 통상 배달료의 30%를 온라인쇼핑몰 등 사업자가 가져가는 것으로 판단한다. 소비자 기만행위이자 택배요금 정상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보고 문제 해결을 요구해 왔다.

박홍근 의원은 제정안에서 택배운전종사자와 택배분류종사자를 구분하고 분류업무가 택배노동자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물류터미널에서 이뤄지는 분류작업, 이른바 '공짜노동'을 막기 위해서다. 이 밖에 택배노동자에게 운송위탁 계약갱신청구권을 6년간 보장해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방안과 생활물류서비스사업자 또는 영업점이 종사자 과로 방지·안전 확보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제정안에 포함됐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환영했다. 택배연대노조와 전국택배노조는 성명을 내고 "사실상 택배법인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발의를 환영한다"며 "법안이 무법천지 택배산업을 규제할 토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참여연대·한국진보연대·한국비정규노동센터·서비스연맹도 공동성명을 내고 법안 발의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배달대행업은 인증제? 처우개선 어려워"

반면 배달대행업계 종사자는 "배달대행업 종사자 처우개선이 사실상 선택지로 전락했다"고 반발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대행업체를 규제하는 내용이 전혀 없고 혜택만을 담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규제랍시고 내놓은 것은 면허 확인·산재보험 가입 확인 등인데 이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며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것도 황당한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이유로 업체에 인증을 주고 조세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제정안 9~26조에 따르면 정보통신망과 이륜차·드론 등 운송수단을 보유하는 등 자격을 갖추고 종사자의 안전운행, 소비자 보호 장치 확보 등의 인증기준을 만족하는 자가 소화물대행서비스사업자로 인증을 신청하는 경우 국통교통부 장관이 인증심사대행기관을 통해 이를 인증한다. 인증 기준은 △종사자의 운전면허·범죄경력 확인 △이륜차에 한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동차손배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 가입에 관한 사항 △종사자 안전운행을 위한 조치 등이다.

종사자의 안전·처우개선과 보건을 위해 노력하거나 경제적·환경친화적 시설·장비를 확충한 생활물류서비스사업자는 제정안 31·32조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조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박정훈 위원장은 "배달업무는 위험업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산재가 발생할 경우 사고처리 등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는 업체는 사업을 해선 안 된다"며 "배달대행업을 인증제가 아닌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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