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인 A병원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지원으로 인사노무 전문가에게서 근로조건·인사노무 관행 개선방안을 권고받았다. 전문가들은 간호사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기출근과 연장근무를 노동시간으로 인정해 수당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병원측은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수시근로감독을 했다. 직원 263명에게 연장근로수당 1억9천만원을 주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 종합병원이 노동자들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아 노동부로부터 자율개선을 권고받았는데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은 병원도 있었다.

연장근로·업무시간외 교육으로 ‘수당 떼먹기’

노동부는 24일 근로조건 자율개선 사업 과정에서 자율개선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11개 종합병원을 수시근로감독한 결과를 발표했다.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지난해 4~10월 종합병원 50곳을 대상으로 근로조건 자율개선 사업을 했다. 인사노무 전문가 지원을 받아 사업장 스스로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전문가 권고를 받는 사업이다.

노동부는 개선권고 뒤에도 법 위반 사항을 개선하지 않은 병원을 대상으로 올해 2~6월 수시근로감독을 했다. 서울이 4곳으로 가장 많았다. 인천시와 경기도가 2곳이고, 광주시·대전시·강원도는 1곳이다.

노동부는 노동관계법 위반 37건을 확인했다. 31건은 시정지시하고 3건은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들 병원에서 체불한 금품은 62억9천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60억1천700만원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다.

B병원은 이브닝 근무시간이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인데도 밤 10시 이후에 일하는 사례가 많았다. 노동자 1천107명에게 야간근로수당 1억9천만원을 주지 않았다.

C병원은 업무 관련 필수교육을 근무시간이 아닌 시간에 하면서 1천85명의 연장근로수당 1천여만원을 떼먹었다. 병원 6곳은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하는 비정규 노동자에게 수당 7천400만원을 주지 않았다. 3개 병원은 최저임금 6천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권기섭 노동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근로감독 결과 나온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며 “공짜노동과 비정규직 차별예방을 위해 체계적인 출퇴근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인사노무 관리시스템을 개선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다음달 중에 드라마 제작현장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한다. 하반기에는 업종별 근로감독을 이어 간다.

폭언·폭행 '후배 괴롭히기' 여전

노동부는 근로감독 과정에서 서울지역 종합병원 4곳을 대상으로 ‘태움’으로 불리는 직장내 괴롭힘 실태를 설문조사했다. 환자들과 함께 있는 장소에서 선배로부터 인격 모독성 발언을 들은 사례, 신규 간호사가 선배에게 업무를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폭언을 들은 사례를 확인했다. 수습기간에 업무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꼬집히거나 등짝을 맞은 사례도 있었다.

병원 사업장에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 태움문화가 근로감독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별도 제재조치는 없다. 직장내 괴롭힘 정의와 금지, 사용자의 후속조치, 피해자 보호조치, 피해자나 신고자 불이익 금지 같은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다음달 16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각 사업장은 개정된 근기법 시행을 앞두고 직장내 괴롭힘 예방과 발생시 조치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에 필수적으로 기재하는 등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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