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현행 지침보다 후퇴한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조항을 일선 지방노동관서에 지침으로 내려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부개정안 내용과 하위법령은 내년 1월16일 시행된다. 노동계가 반발하는 내용을 지침으로 먼저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19일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작업중지의 범위·해제절차 및 심의위원회 운영 기준을 전국 지방노동관서에 알렸다”고 밝혔다.

노동부 현행 지침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전면작업중지명령을 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번에 지방노동관서에 하달한 지침을 보면 중대재해가 발행한 사업장에 산재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작업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작업과 동일한 작업"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리게 돼 있다. 토사·구축물 붕괴, 화재·폭발처럼 재해가 발생한 장소 주변으로 산재가 확산하는 등 추가 대형사고 발생 우려가 높을 때 전면작업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사업주가 작업중지명령 해제를 원하면 안전·보건 개선조치를 하고 해당작업 노동자 과반수 의견을 들어 해제신청을 하도록 했다. 해제신청이 들어오면 근로감독관이 현장을 방문해 유해·위험요인이 개선됐는지를 확인한다. 신청일로부터 4일 안에 사업장과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정한다. 지침은 내년 1월16일 시행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관련 조항과 지난달 22일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계는 작업중지명령 관련 전부개정안 조항과 입법예고 시행규칙 개정안이 현행 지침보다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작업중지명령 범위가 축소하고, 해제절차에 노조참여를 보장해 달라는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주가 해제신청을 한 뒤 단 4일 만에 최종 결정을 하도록 한 부분도 문제 삼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노동부가 전부개정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175개에 이르는 조항 중 유독 작업중지 관련 내용만 미리 시행하고 나선 것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입법예고 뒤 의견수렴 과정에서 작업중지명령과 관련해 유독 문제제기를 많이 한 한국경총 주장에 밀렸다”고 비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작업중지명령에 대한 현행 지침이 모호해 자의적인 판단 개입을 막기 위해 기준을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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