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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 어떻게 봐야 할까

정부가 지난 7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안’을 발표했다.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고용수준과 기업 지불능력, 경제성장률을 반영하고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최저임금위원회를 이원화하는 내용이다. 취임일성으로 “최저임금 인상속도가 빠르다”며 속도조절론을 편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논의를 끌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기재부가 주연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조연을 맡은 셈이다. 30년 만의 최저임금 제도개선 어떻게 봐야 할까.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진입이 먼저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은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상승 폭이 컸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도 ‘최저임금 현실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정부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외부적 요인으로 고용감소를 보이면서 결국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동전의 양면이다. 구간설정위원회는 만약 보수정권이 집권한다면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활용될 수 있다. 안전장치가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최저임금은 노·사·공익 3자 구조에서 노사의 견제를 받으며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결정하는 구조다. 이를 이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구간설정위가 없어도 2017년과 지난해 공익위원들이 심의를 촉진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구간을 제시해 왔다.

30년의 역사를 가진 최저임금 논의구조에서 노사 당사자 의견을 배제한 채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지금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고 저임금이 해소되는 월 200만원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먼저다. 그 이후에 최저임금의 새로운 역할을 고민하면서 구간설정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임금노동과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급격한 경제난이나 일자리 문제를 이유로 최저임금위를 흔드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고용과 경제상황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등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풍부한 논의가 전제되지 않은 지표 추가 반영은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사노위에서 전체 임금제도 개편 논의하자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은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나누면서 옥상옥이라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전문가와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인상률을 이중으로 점검할 수 있게 되면서 현행 제도보다는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만들어졌다고 본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사실상 공익위원이 결정하게 되면서 이들에게 과도한 정치적 부담을 전가해 버리게 되는 현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기준 자체가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근로자의 생활보장을 위한 기준과 고용·경제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나와 있긴 하지만 국내 사정에 맞게 기준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적정임금과 최저임금 사이에 괴리가 크고, 노동자 평균임금과 최저임금 간에도 괴리가 크다. 외국의 경우 보통 물가인상률과 연동시키는데, 우리나라는 물가인상률과 연동시키면 최저임금 인상 폭이 크게 줄어서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 맞는 결정기준는 연구를 좀 더 해봐야 한다.

정부 개편안이 나오기까지 절차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사실 이렇게 갑작스럽게 개편안을 내놓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결정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저임금위는 인상률을 결정하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논의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논의를 하라고 경사노위를 만든 것 아닌가. 경사노위에 임금제도개선위원회 같은 의제별 위원회를 만들어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뿐만이 아니라 통상임금·평균임금 등 임금제도 전반을 개혁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부 최저임금 인상률 통제하겠다는 발상
송명진 한국노총 정책국장

송명진 최저임금위원회 연구위원

정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지금의 최저임금위원회에 해당하는 결정위원회 논의 전에 전문가·공익위원으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최고·최저구간을 설정해 노사 갈등을 완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기존 최저임금위에서도 공익위원들이 논의 촉진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구간을 제시해 왔다. 최저임금은 일종의 사회적 임금이고 따라서 임금결정의 당사자인 노사가 중심이 돼 협상하고 정부와 전문가는 중재를 통해 합의를 촉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원화는 바람직한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합리적인 요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노사 중심성을 약화시키며 공익위원을 내세워 정부 관료들이 인상률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안의 더 큰 문제는 결정기준 변경인데, 고용과 경제상황을 결정기준에 반영하겠다고 하면서 기업의 지불능력을 명시했다. 지불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를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 지불능력의 저하에 최저임금 인상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어떻게 판단한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이나 일본 역시 뚜렷한 지표가 없어 최저임금 미만율 등을 참고하는 정도다. 다수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으로 작동되는 한국의 임금구조와 관행에 적용하기는 더욱 무리다.

사회적 논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안을 마련해 1개월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형식적 의견수렴을 가지고 국회 입법을 추진한다는 것은 노동존중 정부를 내세우는 정부의 행태라 보기 어렵다. 정부안을 즉각 철회하고 사회적 논의기구인 최저임금위에서 종합적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저임금법은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법이다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법 개정 방향의 핵심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 지불능력’을 추가하겠다는 것과 둘째 노·사 당사자의 직접 참여를 제한하고 전문가들끼리 최저임금 상·하한 수준을 미리 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을 추가하겠다는 것은 기업주의 이윤보장을 위해 최저임금 수준을 억제하겠다는 발상이다. 최저임금법이 사업주를 위한 법인가. 구간설정위원회 또한 전문가들끼리 최저임금 수준의 폭을 결정함으로써 노·사 당사자를 거수기로 전락시키겠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개정 방향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절차적 문제는 더 심각하다. 최저임금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이 사회적 협의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협의하지 않았다. 이것은 현재 공익위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린 것이다. 따라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획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답을 정해 놓고 추진하는 개악은 폐기돼야 한다. 1990년대 노동자는 당시 노동부를 ‘사용부’라고 불렀다. 지금 정부는 촛불정부가 맞는가?


중립성·객관성 확보가 가장 중요
임영태 한국경총 경제분석팀장

임영태 경총 경제분석팀장

연초부터 최저임금이 우리 노동시장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8천350원(전년 대비 10.9% 인상)’이라는 최저임금액 외에도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까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노사 간 첨예한 갈등 구조 속에서 정치적 고려도 작용하는 등 공정성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된 1987년 이후 32차례의 의결회의 중 노·사·공익위원이 표결 없이 합의한 경우는 7회에 불과했다. 표결이 이뤄진 25차례 의결 중 노동계나 경영계가 불참한 횟수를 합치면 17회나 될 정도로 노사갈등이 심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경제적인 판단을 강화하고, 결정 과정에서 중립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결정체계를 개편하려는 정부 논의초안은 의미 있는 협의 기초안이 될 것으로 경영계는 생각한다. 다만 정부 초안 중 특정 부분은 중립성 강화와는 다소 거리가 먼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는 기업의 지불능력·고용여력·생산성 같은 요인에 대한 고려가 중점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구분적용 방안,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에서 책임성 강화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기회에 임금체계의 합리적 개편 방안도 함께 다뤄져 우리 최저임금 제도의 선진화를 이루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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