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영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헌법은 사용자에 종속돼 약자의 지위에 있는 노동자를 법률로써 보호할 의무를 국가에 지우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인간 존엄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 32조3항에 따라, 최저임금법은 적정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 32조1항에 따라 제정됐다.

최저임금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2017년 8월 1천60원 인상 이후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나라가 무너지고 자영업자는 다 망한다는 식의 언론보도는 이제 일상적이다. 정말로 하루도 쉬지 않고 최저임금 제도를 공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해 6월 개정된 최저임금법, 같은해 말 개정된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됐다. 최저임금 계산시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 분모가 되는 기준시간수에 관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특히 지난해 6월 국회가 한 법 개정은 1개월 초과 산정주기의 상여금뿐만 아니라 복리후생비까지 점차적으로 최저임금 분자에 산입하고, 임금 지급주기를 바꾸는 취업규칙 변경시 노동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가 아니라 의견만 들어도 된다는 법 규정까지 ‘졸속으로’ 들여와 노동자들의 원성을 샀을 뿐만 아니라 법체계를 번잡스럽게 했다. 예를 들면 복리후생비는 2019년은 7%, 2020년은 5%, 2023년은 1%, 2024년에 전부 최저임금 계산시 산입된다는 것인데, 기본이 되는 노동법이 이렇게 조잡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말 개정된 최저임금법 하위 규정들은 최저임금 계산시 주휴일과 약정휴일의 임금과 시간 포함에 관한 논란을 정리한 의미가 있다. 최저임금 계산시 주휴수당은 분자에 포함시키면서 주휴시간은 분모에서 제외한 대법원 판례에 따른 불합리를 해소한 의미가 있지만, 너무 오래 걸렸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7일에는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바꾸겠다는 고용노동부의 발표가 있었는데, 이른바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의 상하한을 정하고, 노동자대표·사용자대표 등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가 그 범위에서 논의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일종의 사회적 단체교섭으로 자리매김한 최저임금 결정절차를 관료적 틀 안에 가두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어쨌든 또 한 차례의 법령 개정이 예정돼 있다.

근로기준법도 대폭 개정됐다. 가장 논쟁이 됐던 내용은 노동시간단축에 관한 것인데, 먼저 논의 과정과 결과를 보면 아직 우리 사회는 주 40시간이 아니라 주 52시간 사회로 인식된다. 업체 규모에 따라 주 52시간 적용 시점(1주가 7일이 되는 시점), 공휴일 적용 시점 등을 달리한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주 52시간을 넘기지 않고서는 사업이 곤란하다니, 한국의 도시 야경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백번 양보해 적용 시점을 달리한 점은 이해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노동부가 2018년 7월1일부터 시행되는 법을 무력화하는 ‘계도기간’을 지난해 말까지에 이어 올해 3월까지 연장한다는 발표를 한 것을 보면 사용자를 위한 국가의 보호의지는 초법적인 수준인 것 같다. 계도기간은 사용자 사정에 따라 3월까지, 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관련 개정법 시행일까지라고 하는데, 또 한 번의 근로기준법 개정이 ‘확실히’ 예정돼 있다.

너무 자주 바뀌고, 그때그때 발생하는 논란을 수습하려다 조잡한 법문으로 정리된다. 근래 법률 개정에서 받은 느낌이다. 이러한 법 개정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 도출 노력이나 숙려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이 논의되는 올해에는 헌법의 노동자 보호 취지에 따라 노동자들과의 대화와 공감하에서 노동정책이 펼쳐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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