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3년차를 맞은 2019년은 '노동존중 사회' 문을 활짝 열 것인지, 문턱 앞에서 주저앉을 것인지를 결정짓는 해다. 노사정·전문가 선택도 그랬다. 올해 가장 주목할 인물 1위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목했다.

노동존중 사회로 가는 지름길은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서 노사정이 합의하는 것이다. 올해 주목할 인물 2위부터 5위까지 양대 노총 위원장과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자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노사정 관계자와 노동전문가 100명을 상대로 '2019년 주목할 인물'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문재인표 노동정책, 어디로 갈 것인가

노사정·전문가 100명 중 28명이 올해 주목할 인물로 문재인 대통령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당시 '2017년 주목할 인물' 1위에 선정됐다. 2018년에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자리를 내주고 2위에 머물렀다가 올해 1위로 복귀했다. 기로에 서 있는 문재인표 노동정책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집권 3년차 문재인 정부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경제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면 노동시간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 같은 노동 영역이다. 경제 실적이 좋지 않다고 내놓은 지표들도 고용률·실업급여 지급액을 포함한 노동시장 성적표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노동정책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ILO 가입 이후 28년간 미룬 핵심협약(기본협약)을 올해는 비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개혁은 더 많은 개혁의 요구로 이어지기 때문에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며 "지치거나 낙담해서는 안 되고, 그 요구에 응답해 또박또박 할 일을 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권의 선의로 권력기관 운용을 개혁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법·제도적 개혁으로 이어져야 개혁이 영속성을 가지고 정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혁의 제도화'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그의 표현대로 '돌이킬 수 없는' 노동개혁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회적 대화에 쏠린 눈길
테이블 밖 민주노총에 몰린 시선


2위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16명)이다. 지난해 1위에서 한 계단 내려왔지만 여전히 노사정·전문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노사정·전문가들은 이달 28일 열리는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지난해 10월 민주노총 정책대대가 유회되면서 결정하지 못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여부를 다루기 때문이다.

김명환 위원장과 지도부는 경사노위 참여 결정을 확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론보다 강력한 비판과 투쟁이, 방관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투쟁과 교섭은 민주노총을 움직이는 양 바퀴"라고 밝혔다.

한 표 차이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15명)이 3위에 올랐다. 지난해 경사노위 출범과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합의 등 굵직한 노동현안을 풀어낸 문 위원장이 올해도 광폭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경사노위 앞에 놓인 숙제가 산더미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문제를 다루는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포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이 2월 임시국회 전까지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위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11명이 선택했다. 노동부 직원들로부터 가장 신망받는 '간부'에서 노사정으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장관'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시작은 좋지 않다. 김영주 전 장관 시절 근로감독 기능을 대폭 강화해 '근로감독국' 또는 '근로감독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노동부가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처벌보다 자율시정 중심의 근로감독을 하겠다"는 방침을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5위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10명)이다. 김 위원장은 2017년 9월 처음으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도 사회적 대화의 주요 축으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정상회담 열릴까 … 김정은 국무위원장 6위

6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6명)이 차지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2018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벼랑 끝에 있던 한반도 정세를 평화와 번영의 물줄기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가장 핫한 '글로벌 뉴스메이커'였던 그에 대한 관심은 올해도 식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1월1일 슈트를 입고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한 것만으로 화제의 인물이 되고 있다. 역사적인 서울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남한 땅을 밟은 최초의 북한 지도자로 기록될 수 있을까.

7위는 노사정·전문가 100명이 '2018년 올해의 인물' 1위로 선택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4명)다. 8위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3명)이 차지했다. 홍 장관은 지난해 12월 취임사에서 "저부터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노력을 적극 실행하겠다"며 "경제 주체 간 이견이 있는 과제는 대화·타협·양보·조율에 의한 사회적 빅딜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과감한 결단과 실천으로 2019년 상반기에 핵심 과제를 매듭짓겠다"고 약속했다.

공동 9위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최저임금위원이다. 한상균 전 위원장에게 2018년은 잊지 못할 해로 기억된다.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2년5개월 수감생활 끝에 가석방으로 지난해 5월 출소했다. 지난해 마지막날인 12월31일에는 한 전 위원장과 동고동락했던 쌍용차 해고자 71명이 9년 만에 공장으로 첫 출근했다. "동지들과 함께 다시 또 머리띠를 동여매겠다"는 출소 소감을 밝힌 그에게 올해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

2020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액 결정과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대한 논란이 더해지면서 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올해 최저임금위원들은 역대 가장 치열한 협상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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