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장이 뒤를 돌아 초록색 후드티 뒷면을 보이자 공동성명(共動成明)이라는 한자어가 나타났다. ‘모두 같이 행동해서 (네이버를) 더 깨끗하게 성장시키자’는 뜻이란다.

네이버지회는 노조를 만들면서 조합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노조를 ‘공동성명’이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부르거나 노조 조끼 대신 초록색 후드티를 입고 머그컵으로 ‘노조 굿즈’를 만들었다. 오세윤 지회장은 “노조를 새롭고 밝은 이미지로 만드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일이지만 노조가 생긴 뒤 홍보활동을 하는 것이 힘에 부치기도 한다”며 “홍보물 작성·디자인·인쇄·배포인력 지원이나 전문 교육·컨설팅 기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서울시 미조직 노동자의 노조 조직화 지원을 위한 세부 정책과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Union City 서울에서 노조할 권리찾기’를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는 신생노조를 비롯한 노동단체들이 노조 조직화 과정에서 겪은 고민을 털어놓고 서울시의 지원방향을 제시했다.

“노조 조직될수록 일자리 질 향상”

김혜진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발제에서 서울시내 노조·노동단체 조직 여부와 일자리 질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방식으로 이뤄진 조사는 서울에 있는 5개 업종(IT·금융보험서비스·유통·교육서비스·패션)에 종사하는 903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한 달 동안 진행됐다.

조사 결과 노조가 조직된 곳의 월평균 임금은 425만원으로, 이해대변 조직이 없는 곳의 임금 289만원에 비해 높았다. 4대 보험도 노조가 있는 곳은 응답자의 97.6%가 가입한 반면, 이해대변 단체가 없는 곳은 70~80% 정도가 가입했다고 답했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큰 차이가 없었다.

김혜진 교수는 “노조가 조직된 곳, 노조가 아닌 조직으로 노동자 이해대변이 이뤄지는 곳, 이해대변 단체가 없는 곳 순으로 일자리 질이 높았다”며 “노동자들이 어떤 형태로든 이해대변 단체를 조직할 때 일자리 질도 좋아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노동자들이 노조 조직을 위해 지방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형식적으로 여러 제약을 받는다”며 “서울시는 새로운 조직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점포 1조합원, 노조하기 어려운 구조

발제에 이어 신생노조 또는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노조 조직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털어놨다. 업종 특성에 따라 문제점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지난해 8월 노조를 출범했지만 제빵기사들이 점포마다 한 명씩 흩어져 있어서 노조 홍보나 이슈 공유가 쉽지 않았다”며 “현재 제빵·카페기사 5천여명 중 1천명 정도가 노조가 가입했는데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모르고 SNS로 소통한다”고 말했다. 임 지회장은 “조합원이 회사 안에서 한 번에 모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각 지역별로 여러 차례 나눠서 간담회를 갖는다”며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역에서 무료 혹은 저렴한 교육장소 대여가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노동 관련 교육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오세윤 지회장은 “산별노조라 본조에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지만 노조 운영이 처음이라 힘든 점이 있다”며 “노조만이 아니라 사용자도 노조가 생소해 교섭에 들어가면 노동교육을 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오세윤 지회장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필수적으로 노동교육을 이수하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노조활동을 위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와 노조활동을 위한 회사 업무시설 이용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노조가 생긴 참여연대는 활동가를 노동자로 보지 않는 일부 인식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이조은 참여연대노조 위원장은 “누구를 사용자로 볼 것이냐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며 “서울시가 노동행정을 잘 하고 있지만 취약계층에 집중돼 있는 부분은 아쉽다. 지원 범위를 확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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