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국민연금이 뜨거운 감자다. 국민연금 재정 추계결과 연금재정은 2042년 적자노선에 들어서고 2057년 적립기금이 고갈된다. 재정 불안정성이 세대 간 갈등마저 부추기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제도개선은 불가피하다.

국민연금이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제도취지를 살리려면 소득대체율 현실화·재정안정성 확보·사각지대 개선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험료율 인상이라는 피할 수 없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8개월간 논의한 제도개선안을 공개했다.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내년에 11%로 올리거나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13.5%까지 인상하는 안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제도개선 관련 정부안을 10월 중 국회에 제출한다. 정부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격인 국민연금 개혁을 국민 공감대 속에 추진할 수 있을까.

노 “국민 신뢰회복 우선” vs 사 “내년 2%포인트 올리면 기업 부담”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제도발전위는 국민연금 적립기금을 2088년까지 적립배율 1배로 유지하는 재정목표 달성을 전제로 두 가지(가·나) 개선안을 내놓았다.

‘가’ 안은 올해 45%인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는 대신 보험료율을 내년에 11%로(2%포인트) 올리는 안이다. 2034년 12.3%로 보험료율을 한 번 더 인상하고 향후 5년마다 재정추계를 할 때 ‘30년 기준 적립배율 1배’를 유지하지 못하면 보험료를 조정한다.

‘나’ 안은 미래세대 부담 완화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낮추되 10년간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3.5%(4.5%포인트)까지 올리는 안이다. 재정안정성 확보에 무게를 뒀다. 2030년 이후 수급연령을 67세로 높이거나 소득대체율에 기대여명계수를 적용해 평균수명을 웃돌면 연금급여액을 깎는 안이 병행된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해 국민 의견을 대변했다. 사용자를 대표한 김동욱 한국경총 사회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단축(주 52시간 상한제)을 언급하며 보험료 인상에 대한 기업 부담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소득대체율과 수급연령 조정 등 제도 개편에 대한 문제인식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국민연금 외에도 노사가 부담하는 사회보험액이 2016년 기준 140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1%로 올리면 기업은 내년부터 8조원의 추가 부담을 안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재정안정성을 고려하면 소득대체율을 40% 이하로 낮추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땅에 떨어진 국민연금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광호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국가가 국민연금을 책임지겠다는 내용을 법적으로 명문화하고 이행의지를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급여적정성 담보와 함께 국민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 보험료율 인상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 논의를 전담하면 정쟁의 대상이 되거나 나눠 먹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이 동의하는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소득대체율은 올해 4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것을 전제로 향후에는 50%까지 올려야 한다”며 “국민연금 보장성을 강화하고 국민 신뢰를 높인다면 보험료 인상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사회적 합의 없이 개혁 없다”

공청회에서는 국민연금만이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유일한 방안으로 인식되고 논의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 사회에서 진정한 국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서는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등 다양한 사회보장제도를 하나의 논의 테이블에 올려 다층적 노후소득 보장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창률 단국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국민연금 외 사회보장제도에 대해서는 노후소득 보장 장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민연금·기초연금·퇴직연금 등 사회보장제도 관련 부처들이 모여 다층적 노후소득 보장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는 “20~30대는 보험료율 2%포인트 즉각 인상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의료·보육·주거비 등 가계부담 완화 조치를 취하면서 보험료 인상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권덕철 복지부 차관은 “정부는 최대한 차분하게 그러나 책임감을 갖고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국민연금 개혁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할 수 없으며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국민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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