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규모별 법시행에 따른 실노동시간 단축 여부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시작됐다. 정부가 노동시간단축 준비기간이 촉박하다는 재계 요구를 받아들여 6개월 계도기간을 운영하는 가운데 300인 이상 사업장 10곳 중 4곳은 노동시간을 단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사업장 절반 이상이 노동시간단축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으로 임금이 감소했고, 유연근무제 도입을 요구받았다.

300인 이상 사업장 ‘휴일근무 축소’로 대응

1일 한국노총이 ‘실노동시간 단축법 시행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노총 산하 26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지난달 20일부터 27일까지 조사했다. 267곳 중 이날부터 노동시간단축이 시행된 300인 이상 사업장은 138곳이다. 5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129곳이다.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사업장 대응조치나 변화된 사항을 묻는 질문에 휴일근무일수 또는 휴일노동시간 축소(31.5%)로 대응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평일 연장노동시간 축소(31.1%)·교대제 개편(13.4%)·작업방식 개선(9.2%)·휴게시간 확대 및 변경(7.9%)·기타(6.9%) 순이었다.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평일 연장노동시간 축소(34.7%) 비율이 가장 높았고,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휴일근무일수·휴일노동시간 축소(34.8%)가 가장 많았다.

개정 근기법 시행을 전후로 각 사업장에서 실질적인 노동시간단축이 이뤄지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267곳 중 152곳(56.9%)에서 "노동시간이 단축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115곳(43.1%)은 “노동시간이 단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1일부터 노동시간단축이 시행된 300인 이상 사업장 중에서도 47곳(40.9%)은 노동시간이 단축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 절반 "유연근무제 도입" 요구

노동시간단축은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일·생활 균형을 통해 노동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노동계가 우려했듯 노동시간단축으로 인한 임금감소 역시 현실로 확인되고 있다. 노동시간단축으로 인한 임금감소 발생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사업장 중 53.2%(142곳)가 “있다”고 답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58.5%,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41.5%가 임금감소가 있다고 답했다.

산업·업종별로 보면 제조업(67.6%)에서 임금감소 비율이 가장 높았다. 운수·해운(15.5%)과 서비스·통신·의료(10.6%), 공공·금융(6.3%) 순으로 임금감소율이 컸다. 전체 평균 임금감소율은 16.23%였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16.7%, 300인 미만 사업장은 15.6%의 임금감소가 발생했다.

임금감소가 발생한다고 응답한 142곳 중 임금보전 조치를 시행하는 곳은 40곳(28.2%)에 불과했다. 임금보전 조치가 이뤄지는 사업장 중에서도 단 7곳만이 전액을 보전했다. 실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고용·채용계획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102곳(38.2%)이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300인 이상 사업장(138곳)에서는 절반에 못 미치는 63곳만이 "추가고용이나 신규채용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회사측이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 활용을 요구하거나 노사 간 논의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137곳(51.3%)이 “요구나 논의가 있다”고 답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 138곳 중 88곳(64.2%)은 사측의 유연근무제 요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주 52시간제가 현장에 도입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완대책을 마련하고자 실태조사를 했다”며 “실노동시간 단축 없이 주 52시간 노동상한제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연근무제가 산업현장에서 악용될 우려가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임금감소·유연근무제 도입 등 근기법 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영향을 방지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