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11일 노동시간 판단원칙과 주요 사례를 담은 ‘노동시간단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노동시간은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된 시간을 의미한다”며 노동시간 해당 여부는 △사용자의 지시 여부 △업무수행 의무 정도 △거부시 불이익 여부 △시간·장소 제한 정도 같은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 사례별로 판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용자 지휘·감독은 명시적인 것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것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회식은 근로계약상 노무제공 아냐”

노동부는 이날 노동시간에 해당하는지 헷갈리는 대기·교육·출장·회식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노동시간은 아니면서도 자유로운 이용이 어려우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시간'으로 간주돼 노동시간으로 인정된다.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각종 교육은 노동시간에 포함되지만 법정의무이행 등에 따른 노동자 개인적 차원의 교육은 노동시간에서 제외된다. 또 출장과 관련해 노동부는 "사업장 밖에서 이뤄져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출장은 노사 간 서면합의를 통해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접대는 사용자 지시나 최소한 승인이 전제될 경우 노동시간에 포함된다. 노동부는 "업무와 관련이 있는 3자를 정해진 노동시간이 아닌 시간에 접대할 경우 사용자의 지시나 최소한 승인이 있어야 노동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회식은 “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무 제공과는 관련 없이 사업장 내 구성원의 사기 진작이나 조직 결속·친목을 강화하는 차원임을 고려할 때 노동시간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용자가 참석을 강제해도 회식을 근로계약상 노무제공으로 볼 수 없다고 노동부는 덧붙였다. 워크숍은 소정노동시간을 초과하는 토의의 경우, 연장근로로 인정되지만 친목도모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근무시간보다 먼저 출근해 일하면?
노동부 “임금감액·불이익 없다면 노동시간 아니다”


노동계에서 '공짜노동' 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조기출근은 어떨까. 노동부는 “노동시간 측정에 있어서 시업시간은 사업주가 시업시간으로 정해 시행하는 시각부터 노동시간이 된다”며 “시업시간 이전에 조기출근해 시업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노동시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기출근을 하지 않을 경우 임금이 감액되거나 복무위반으로 제재를 가하는 권리의무관계라면 노동시간에 해당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조기출근은 근무시간을 볼 수 없다는 30년 전 행정해석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병원처럼 업무량은 많은데 인력이 부족하거나, 기업들이 업무량은 그대로 두고 노동시간만 단축하면 어쩔 수 없이 노동자들이 조기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노동부가 임금감액이나 인사상 불이익 같은 조치처럼 사용자의 직접적인 제재가 없다는 이유로 노동시간을 좁게 해석한다면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공짜노동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김승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시선)는 “노동부가 현실을 무시하고 사용자의 직접적인 제재를 받아야만 권리의무관계가 성립되는 것으로 해석할 경우 노동자가 지나치게 무거운 입증책임을 지게 된다”며 “조기출근이 불가피한 의무관계만 확인된다면 사용자에 임금 지급의무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재량근로·탄력근로시간제·선택적근로시간제 같은 유연근무제도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노동부는 이달 말 현행 유연근무제 활용을 위한 매뉴얼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포괄임금제 관련 지침도 가이드라인에 담기지 않았다. 김왕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포괄임금제는 노동시간단축과 다른 영역"이라며 "대법원 판례에 따른 기준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인 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추가하려면 7월 이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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