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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최저임금법이 위헌인 이유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지난달 28일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분명 노동자들의 간절한 기대를 저버린 개악이다. 시급 아르바이트 노동자부터 웬만한 제조사업장 정규직 노동자까지 피해자는 바로 우리다. 저 낮은 곳으로 임금을 끌어내리겠다는 모든 위정자들의 단결된 능력을 봤다. 불과 몇 개월 전 “제가 여러분의 대변자입니다”라며 표를 달라던, 그 많던 자들은 다들 어디로 갔는가.

그리고 5일 국무회의에서 개악 최저임금법을 의결했다. 양대 노총의 천막이 청와대를 바라보며 노숙투쟁을 선언한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에도 화난 노동자를 이해시키려는 어떤 노력도 없었다. 이 사태를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안타까울 뿐이다. 둔한 머리지만, 대통령이 실천하겠다고 공언한 '노동존중 사회' 공약은 폐기됐다는 것이 합리적인 평가일 게다.

한국노총은 이미 예고한 대로 개정 최저임금법의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에 물을 작정이다. 14일 청구서 제출을 목표로 이번주 초부터 1차 청구인단을 모집 중이다. 각계 노동제도와 헌법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최저임금법률 내 상호 충돌과 모순은 두고서라도, 개정법은 법률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헌법의 주요 이상인 사회국가원리에도 반한다는 견해다.

모름지기 법률은 그 수범자가 지키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모호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워서는 안 된다. 여러 개로 해석될 수 있는 용어 사용도 자제돼야 한다. 통과 직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개정안의 조악함을 지적하고 일부 수정을 가했지만 난해하긴 마찬가지다. 이 법을 보고 ‘금방 이해가 간다’고 할 노동자가 있을까. 내 주위에는 아직까진 없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학자들 사이 이론적으로도 논란이 있는 ‘임금’ ‘통화’ ‘금품’ ‘복리후생’ 같은 용어를 남발하고 있다. 이른바 ‘임금이분론’의 부활이라도 되는가?

최저임금제도는 헌법 32조1항의 ‘적정임금 보장’에 직접적으로 근거한다. “노동자의 적정임금 보존을 통해 우리사회 기초 구성원인 시민으로서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는 헌법제정권자의 결단이다. 심각한 것은 개정 최저임금법은 헌법 9장의 사회국가원리에 정면으로 반한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적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119조2항)

약육강식으로 대변되는 현대 자본주의, 일방적으로 흐르는 자유주의를 제한하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을 크게 담보한 최저임금제도가 무너졌다.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그 추세가 ‘소득격차 1분기 역대 최대’라는 뉴스가 법 통과 다음날부터 나왔다. 쥐꼬리만 한 각종 사회보장급여를 포함해 80여만원 남짓으로 생계를 이어 가는 사회 약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헌법에서 천명한 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라는 사회국가원리 이념과는 완전 반대의 사회 현실이 펼쳐지고 있는데, 어찌 이런 법을 통과시킬 수 있단 말인가.

무엇보다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자들은 이 법으로 자신의 재산권을 곧장 침해받게 됐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용자들은 상여금과 제 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킬 수 있다. 개정 최저임금법 6조의2에서 취업규칙을 임의로 바꾸도록 길을 터 줬다. 불과 몇 개월 전 정부는 스스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한 행정해석을 폐기하지 않았던가. 재산권 침해 모습은 아주 단순하다. 자신의 임금내역을 보라. 과거 최저임금 인상과 자신의 임금변동이 어떠했는지 보라. 그리고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자신의 임금에 반영돼야 함에도 개정법 때문에 그렇지 않을 경우라면 재산권을 침해받은 피해자다. 헌법소원 청구인 자격이 충분하다.

이에 재산권은 폭넓은 입법재량권이 있어 위헌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토지 등 부동산 같은 한정된 공공재에는 그런 제한을 더 넓게 인정해야 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다르다. 노동자의 임금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이고, 그래서 앞서 본 것처럼 헌법으로 보호하겠다고 한 마당이다. 월 수억원에 이르는 임금이 아니라는 말이다. 때문에 입법재량을 최대한 제한하고 반드시 엄격한 규범해석이 있어야 한다 .

한편 최저임금문제는 소득주도 성장을 기치로 내건 국제노동기구(ILO)도 크게 관심을 갖고 있었다. 마침 지난주부터 주말까지 ILO에서는 107차 총회가 열리고 있다. 총회에 참석한 양대 노총 집행부는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고 국내 투쟁상황을 공유했다. 특히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개악으로 우리나라 소득주도 성장은 폐기됐다”고 선언했다. 무슨 핑계가 있겠나. 나라 밖에서도 참으로 부끄러운 상황이지 않는가.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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