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구두 생산·판매업체 형지에스콰이아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연일 언론을 통해 실적호조를 홍보하던 회사는 예고도 없이 공장매각을 통보했다. 30여년간 구두를 만든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날아든 공장폐쇄와 정리해고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요건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노동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묻는다. “회사를 위해 청춘을 바친 우리가 왜 거리에서 투쟁을 해야만 하는가?”

경기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

한평생 구두장이로 살아온 노동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형지에스콰이아 본사 앞에 섰다. 이달 5일 해고된 노동자들은 “삶의 터전인 회사에서 어느 날 갑자기 정리해고를 당했다”며 “구두장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30년 이상 청춘을 바친 회사에서 이런 식으로 끝날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형지에스콰이아는 지난해 12월 “경영 악화”를 이유로 마지막 남은 생산라인인 성남공장 폐쇄 결정을 알렸다. 회사는 올해 1월22일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지난달 1일 노동자 27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명예퇴직자를 제외한 25명이 이달 5일 해고자가 됐다. 노동자들은 “회사는 언론을 통해 부채상환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가 하면,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전 직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부채상환과 에스콰이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며 “경영위기에 대한 어떠한 언질이나 회생방안 논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은 △적자가 매년 감소한 점 △유동비율·매출액 증가율·이자보상배율 등 다수의 회계지표가 호전되고 있거나 안정적인 점 △지난해에만 전체 인력의 25%에 달하는 45명을 신규채용한 점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연장근로를 실시한 점 △2015년 6월 인수 시점부터 해고 직전까지 재무상황이 호전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홍보한 점 △대내적으로 경영악화 내지 그로 인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성남공장을 매각할 정도의 긴박한 경영상 이유가 없다”며 이달 16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최병오 회장은 지난해 11월2일 직원들에게 “(형지)엘리트가 에스콰이아 인수 과정에서 차입했던 450억원을 모두 상환한 날”이라며 “제화명가 에스콰이아의 위대한 부활에 직접 나서고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인사팀 과장이 근로자위원 대표?

노동자들은 회사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정리해고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해고회피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부당해고 구제신청 이유서에서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결정 통보로부터 성남공장 매각 MOU(업무협약) 체결까지 1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애초부터 해고회피보다는 신속한 인원감축만을 목적으로 했다고 보기 충분하다”며 “조업단축이나 무급 순환휴직 등 기본적인 해고회피 조치들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선출할 때 근로자 과반수 득표를 요건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으며, 근로자위원 대표는 인사팀 과장”이라며 “회사가 해고대상 범위로 정한 50명의 직원 중 80%인 39명이 가입해 있는 에스콰이아노조(위원장 방재웅)가 실질적인 근로자대표”라고 주장했다. 회사는 에스콰이아노조가 과반수노조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에게 해고실시를 통보했다”고 주장한다.

방재웅 위원장은 “회사는 지난달 1일부터 열린 노사정 간담회에서 일죽 물류센터로의 전환배치를 제안했지만 성남공장에서 5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데다 연 1천200만원의 임금감소가 수반된다”며 “어떠한 지원도 없는 사실상의 부당전보”라고 비판했다.

용승현 공인노무사(시온인사노무컨설팅)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해고대상자 선정기준 없이 단순히 생산부문 폐지를 이유로 생산직 직원 전원을 정리해고 대상자로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회사가 근기법이 정한 근로자대표에 대한 사전통보 및 성실협의 절차를 준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는 성남공장을 매각하지 않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했어야 함에도 언론을 통해 재무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시그널만 보냈다”며 “어느 날 갑자기 공장폐쇄와 정리해고를 통보받은 노동자들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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