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환경미화원들이 청소차 뒤에 불법설치한 발판에 올라 이동(사진 왼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환경미화원의 탑승공간을 마련한 한국형 청소차(예시)를 개발할 계획이다.환경부
환경미화원 산업재해의 주요인으로 지목됐던 새벽근무와 청소차 작업발판이 사라진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청소차량에 발판을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작업효율을 이유로 묵인돼 왔다. 정부는 사고발생 위험이 큰 불법발판 탑승 이동을 강력하게 단속하는 한편, 우리나라 지형과 작업환경에 맞는 '한국형 청소차'를 개발해 보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벽작업으로 인한 피로누적, 야간 사고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의해 주간작업을 유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주간작업을 위해 동반되는 인력충원 대책은 내놓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벽근무 원칙적 폐지

환경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경찰청은 1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광주에서만 두 명의 환경미화원이 작업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환경미화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본지 2017년 11월17일자 2면 '새벽 작업하다 작업차에 치여 사망, 새벽근무 폐지 고민해야' 기사 참조>

실제 근로복지공단 재해승인 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발생한 환경미화원 관련 사망사고는 15건, 골절 등 신체사고는 1천465건이다. 비산재 공상처리도 많은 만큼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재해 발생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환경미화원 작업환경 개선과 안전기준 강화에 나선다. 상반기 중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해 청소차량에 영상장치 부착과 적재함 덮개(호퍼) 안전장치 설치를 의무화한다.

새벽근무는 원칙적으로 폐지된다. 새벽에 일하면서 피로가 누적되고, 시야가 좁아지면서 주변을 잘 확인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고가 잦은 만큼 지자체와 협의해 작업시간을 낮 시간대로 유도할 방침이다. 안전모·안전화·안전조끼·절단방지장갑 같은 안전장비 착용을 의무화하고, 환경미화원 부상방지를 위해 종량제 봉투 배출 무게 상한을 설정해 폐기물관리법으로 관리한다.

'한국형 청소차' 개발 주목

눈에 띄는 대책은 '한국형 청소차' 보급이다. 현행 청소차는 대다수 5톤 차량이기 때문에 좁은 골목에는 들어갈 수 없다. 환경미화원들이 직접 손수레를 끌고 들어가 쓰레기를 수거해 나오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근골격계질환은 물론 넘어짐·미끄러짐 사고가 빈번하다. 짧은 거리 이동 후 상·하차를 반복하는 작업 때문에 불법으로 청소차 뒤편에 작업발판을 설치해 매달려 이동하다 떨어지는 사고도 잦다. 대책이 발표된 이날 오전에도 전남 구례군 광의면에서 청소차와 승용차가 부딪쳐 청소차 측면 발판에 매달려 가던 환경미화원이 떨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9월까지 작업자 안전탑승공간을 마련한 저상차를 개발해 보급한다. 그때까지 발판에 매달려 이동하는 행위는 강력 단속한다.

차량 뒤편에서 작업하는 환경미화원들의 건강을 위해 압축천연가스(CNC)·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차량 같은 친환경 청소차 보급도 확대한다. 위탁업체에 고용된 환경미화원(1만5천명)의 임금과 복리후생 수준도 지자체 직접고용 환경미화원(1만9천명)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 아울러 쓰레기 실처리 비용의 30% 수준인 종량제봉투 판매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상반기 중 검토한다.

"인력충원 대책 없으면 새벽근무 폐지 쉽지 않아"

문제는 실효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정부는 이날 새벽근무 원칙적 폐지를 발표하면서 인력충원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주간작업은 새벽보다 작업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원·장비충원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지자체에 관련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이상 지자체 의지만으로 주간근무 유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은 "인력충원 방안이 없는 이상 새벽근무 폐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책만 발표하고 책임은 지자체에 떠넘기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인력충원 문제가 빠진 것이나 환경미화원 건강관리와 관련한 내용이 없는 것은 아쉽다"면서도 "대체적으로 노동계가 요구한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는 대책이라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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