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추진하며 올해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상시·지속업무인데도 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거나, 전환 대상인데도 석연찮은 이유로 배제되는 일도 잦다.

이정미·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전국민주일반연맹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비정규직 없고 차별 없는 공공부문 일터를 위한 공공비정규 노동자들의 현장 증언대회’에 나온 노동자들 목소리도 다르지 않다.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되는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구조조정하거나 모범을 보여야 할 지자체와 공기업이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중부발전, 정규직 전환 대상자 해고통보"

“하루하루 고용불안에 떨며 20년 동안 청소를 해 왔는데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습니다.”

한국중부발전 서천화력발전소 소속 위탁업체에서 1년 단위 계약을 맺고 청소업무를 해 온 김아무개(62)씨는 최근 실직자가 됐다. 서천화력발전소가 시설 노후화로 7월 초부터 영구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업체가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이다. 앞서 7월20일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로 김씨를 포함한 해당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이 예정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업체는 7월31일 전체 23명 중 고령 노동자 위주로 김씨를 비롯한 10명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했고, 다음날인 8월1일 실직자가 됐다.

김씨는 "한국중부발전은 신서천발전소가 건립될 때까지 비정규 노동자의 생계지원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신서천발전소 건립 뒤 고용승계를 하겠다는 공식적인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화력발전소 정규직 노동자는 다른 발전소로 발령을 받았다.

김씨는 “매년 재계약 때마다 퇴직금을 받는데, 저임금으로 생계를 꾸리다 보니 퇴직금은 그때그때 다 썼다”며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 A시, 비정규직 905명 중 16%만 정규직 전환

지방자치단체 비정규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A시가 구성한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는 최근 노인돌봄사업 참여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노인돌봄사업이 정부 재정지원 직접일자리 사업이라는 이유다.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정부 재정지원 직접일자리 사업 참여자는 원칙적으로 정규직 전환 예외라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노인돌봄사업’을 포함한 16개 사업을 정규직 전환 가능 업무로 예시했다. 정규직 전환 심의위에 결정권을 줬다.

A시는 “소관 부처에서 전환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전달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A시는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A시만 유일하게 직영하고 다른 시·군은 민간위탁하고 있다”며 “민간위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추진되는 2018년에 다른 시·군과 함께 전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지자체는 어린이 통학안전사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도 정규직 전환 예외로 분류했다. 방학에 근무하지 않아 근무기간이 짧고 무료봉사 성격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천정기 민주연합노조 조직부장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급식조리원같이 방학 등으로 일시적으로 근무가 면제되는 기간이 있더라도 9개월 이상 계속되는 업무라면 연중 지속 업무로 간주한다”며 “지자체가 가이드라인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환 예외업무가 폭넓다 보니 A시는 비정규직 905명 중 15.9%인 144명만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이양진 연맹 공동위원장은 “A시는 그나마 정규직 전환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나은 편”이라며 “지자체 245곳을 비롯해 수많은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실태조차 알려 주지 않고, 누가 정규직 전환 대상자인지는 더더욱 공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천정기 부장은 “공공기관이 정부 가이드라인의 원칙과 목표를 숙지하도록 해야 정부정책의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지자체 전환 심의위 실태조사와 심의위 구성·운영, 결정사항을 점검하고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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