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참담함과 분노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교육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가 열렸던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울부짖었던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의 상실감과 절망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낮은 목소리로 심정을 토로했다. 11일 오전 민주노총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연 ‘교육부 정규직 전환 심의위 결정 규탄’ 기자회견에서다.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 교육부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 결정사항을 발표했다. 교육부 소속 비정규 강사·교사들의 정규직 전환이 사실상 ‘제로’에 그치자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낙담했다.

최종진 직무대행은 이날 “정규직 전환 심의위는 형식적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생색만 내면서 비정규직을 피눈물 흘리게 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대책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 착잡합니다. 9일 마음 졸이고 애타게 손꼽아 기다렸을 6만여명의 비정규 강사·교사들 모두에게 죄송합니다.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이날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했다. 교육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 중 유일하게 학교비정규직 추천으로 참여한 위원이었다. 이남신 소장은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며 “비정규직 제로가 아니라 정규직 제로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시 무기계약직 제로정책은커녕 참여정부 정책도 넘어서지 못했다”며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는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시도교육청에 떠넘기 후속대책 ‘비판’

이들 단체는 교육부 후속대책도 도마에 올렸다. 교육부는 이번에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비정규 강사·교사의 정규직 전환은 시·도 교육청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시·도 교육청은 교육부 심의위원회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이들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9월 말까지 최종 결정한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교육부가 시·도 교육청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교육부가 정규직 전환 결정을 교육청에 떠넘기기 해서 더 화가 난다”며 “중앙에서 이런 (정규직 전환 제외) 시그널을 보냈는데 시·도 교육청 전환 심의위가 제대로 정규직화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남신 소장은 “시·도 교육청 심의위가 구성되면 공통기준을 상회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며 “그런 만큼 교육청의 독자적인 심의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굉장히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육청 심의위에 학교비정규직 당사자들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연대회의에 따르면 교육부 심의위의 경우 학교비정규직이 추천한 위원은 1명밖에 없었다. 심의위가 애초부터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기 위한 구색맞추기를 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심의위에는 교육부와 교육청 소속 위원 4명, 교총 소속 위원 1명, 학부모 대표 1명, 외부전문가 2명,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추천 전문가 각 1명 등 총 10명이 참여했다.

이남신 소장은 “당사자가 빠진 심의위가 얼마나 부실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지 이미 드러난 만큼 심의위에서 사퇴할 것”이라며 “류장수 심의위원장을 포함한 10명 위원 모두가 사퇴하고 당사자 간 교섭으로 잘못된 결정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명자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장은 “이행관리위원회는 반드시 노사가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정책 예고편, 비극될까

이번 교육부 발표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 예고편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결정은 앞으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비정규직 정책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이남신 소장은 “공공부문에서 가장 많은 비정규직이 양산된 교육부문 정규직화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문재인 정부가 852개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어떻게 하려 하는지 걱정된다”며 “이런 흐름이라면 인천국제공항 연내 1만명 정규직화도 자회사 방식 또는 간접고용에 준하는 부실한 정규직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교육부 정규직 심의위 결정에 따르면 8개 검토 직종 중 유치원 돌봄교실강사와 유치원 방과후과정 강사를 제외하고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는다. 유치원 강사 2개 직종은 애초부터 정규직 전환이 예정돼 있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 교사·강사는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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