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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 만난 국제노동기구 수장]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 "전태일 정신 계승하겠다"
   
▲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이 5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 박인상 전 한국노총 위원장, 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 동대문 전태일 동상을 찾아가 헌화한 뒤 이야기 나누고 있다. 정기훈 기자

작업복 차림 전태일 열사의 오른손에 붉은 장미꽃다발을 놓은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인 전태일 열사와 국제 노동운동가가 조우한 순간 박수가 나왔다.

전태일 동상 앞에 고개 숙인 라이더 사무총장

라이더 사무총장이 5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서울 평화시장 인근 청계천 '전태일 다리(버들다리)'를 방문했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매일노동뉴스>가 주관하는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은 라이더 총장은 1970년대 평화시장 여공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불을 댕긴 전태일 열사의 생애를 돌아보고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이날 전태일 다리를 찾았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의 설명으로 전태일 다리와 전태일 기념상(동상)을 둘러본 라이더 총장이 박원순 시장과 함께 기념상 앞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전태일 열사 47주기에 맞춘 마흔일곱 송이 장미꽃 두 다발이 열사의 두 손 부근에 놓였다.

이수호 이사장은 "전태일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있다는 상징으로 전태일 열사 기념상을 길거리에 세웠다"며 "겨울이면 전태일 기념상에 목도리를 둘러 주는 시민도 있고, 껴안고 사진을 찍는 시민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라이더 총장이 자신의 눈높이와 비슷한 전태일 열사의 모습이 마음에 든 듯 "기념상이 높지 않아 좋다"며 "시민들과 더 잘 공감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전태일 동상 주변에는 2005년 전태일 다리를 조성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소설가 조정래·황석영씨 등 각계각층에서 보내온 전태일 열사 추모글을 담은 3천800여개의 동판이 설치돼 있다. 당시 국제자유노조연맹(ICFTU) 사무총장이었던 라이더 총장도 전태일재단에 100달러를 내고 동판 제작을 신청했다.

12년 만에 자신의 동판을 찾은 라이더 총장은 "(동판에 적힌 대로) 전태일의 희생은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며 "우리는 모든 곳에서 그의 삶을 계승할 것을 맹세한다"고 문구를 따라 읽었다.

라이더 총장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장소까지 둘러본 뒤 "이곳을 방문해 매우 감동적"이라며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이어 가기 위해 노력하는 전태일재단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노동운동가 출신인 라이더 총장은 전태일 열사 동판제작에 참여할 정도로 전태일 열사의 생애에 깊이 공감하시는 분"이라며 "오늘 전태일 다리와 기념상 등을 보며 감동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라이더 총장은 전태일 동상으로부터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전태일 노동복합시설' 건립 예정지를 찾을 예정이었지만 행사시간이 늦어지면서 전태일 다리에서 간단한 설명을 듣는 것으로 대신했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6층 규모 건물을 리모델링해 국내 최초로 전태일 기념관과 노동자를 위한 각종 시설을 갖춘다. 건물 1∼2층에 자리하는 전태일 기념관은 70년대 청계천 일대에 몰려 있던 봉제공장을 재현한 시민 체험장과 전태일 열사의 글과 유품을 볼 수 있는 전시관으로 꾸며진다. 3층에는 교육장·시민편의공간·사무공간이 들어선다. 4∼6층에는 소규모 노동조합에 공간을 제공하는 '노동 허브'와 노동자 건강증진센터, 서울노동권익센터, 감정노동자 권리보호센터가 입주한다. 라이더 총장은 "다음에 한국에 오면 꼭 전태일 기념관에 들르겠다"고 약속했다.

20년 전 명동성당 인연
박인상·권영길 전 위원장 동행


라이더 총장의 전태일 다리 방문에는 20년 전 인연을 맺었던 박인상 전 한국노총 위원장과 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함께했다. 97년 김영삼 정부의 노동법 날치기 처리를 규탄하며 양대 노총이 닷새간 연대파업을 할 때 라이더 총장은 국제노동계대표단 일원으로 서울을 처음 방문해 양대 노총 농성장을 찾아 연대투쟁을 했다.

박인상 전 위원장은 "라이더 총장이 빌 조르단 ICFTU 사무총장과 함께 방한해 명동성당에서 같이 기자회견을 했고, 집회현장도 찾아왔다"고 회상했다. 권영길 전 위원장은 "당시 라이더 총장이 연대를 넘어 굉장히 열정적으로 양대 노총의 파업투쟁을 지지하며 함께했다"며 "라이더 총장이 나를 기억하고 있어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수호 이사장은 "세계적으로 양극화와 가난에 시달리는 나라가 많다"며 "라이더 총장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전태일의 정신과 외침이 국제적으로 널리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전태일재단은 라이더 총장의 동판을 탁본해 액자로 만들어 전태일 평전 초판본 에디션과 영문판, 손수건과 함께 라이더 총장에게 선물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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