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12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공식업무에 들어갔다. 조대엽 노동부 장관 내정자는 이날 개인 일정을 소화했다. 13일부터 노동부가 마련한 사무실로 출근해 청문회를 준비한다.

특정한 정치색 없이 소신 지킨 인물

이성기 차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노동부 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 노력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는 정의로운 사회가 조성되도록 고용노동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고용노동부를 모든 근로자들의 따뜻한 친구, 든든한 고용노동부로 만들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과제로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보호 △산업현장 노동법 준수·근로감독 강화 △최저임금 인상과 모성보호 △고용서비스 개혁 △4차 산업혁명 대응 △사회안전망·산업안전 강화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약속했다.

그는 노동부를 떠난 지 5년3개월 만에 차관으로 복귀했다. 행시 32회로 1989년 공직에 입문했는데, 23년 만인 2012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을 끝으로 노동부를 떠났다. 이 차관은 이날 “다시 이곳에 오게 돼 기쁘다”면서도 “새 정부 첫 차관이라 어깨가 무겁다”고 밝혔다.

서울신탁은행 다니다 늦깎이 공직 입문

정치권에서는 이 차관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정권 차원에서 추진했던 핵심 정책에 동조하지 않았고 특정한 정치색 없이 소신 있게 정책을 펼친 인물이라는 점을 발탁 배경으로 보고 있다. 그는 장·차관을 제외한 노동부 현직 최고참인 박종길 기획조정실장(행시 30회)보다 두 기수 아래다.

그런데 나이는 박 실장보다 일곱 살이 많은 59세다. 이 차관이 76년 철도고를 졸업한 후 86년까지 서울신탁은행을 다니다 늦깎이로 공직에 입문했기 때문이다. 노동부 행시 동기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다. 동기인 문기섭 고용정책실장과 임서정 노동정책실장, 임무송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노동부 요직을 맡고 있다.

이 차관은 은행에 다니면서 대학(건국대 행정학)을 졸업했다.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석사(영국 런던정경대 노사관계학)와 박사(숭실대 IT정책경영학) 학위를 땄다. 동기들에 비해 공직 경력은 짧은 편이다. 노동부를 떠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러 업무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오랜 시간 일했고 소신과 강단 있는 성격이라서 업무파악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차관이 한국산업인력공단 능력개발이사를 맡아 3년간 일학습병행제·청년취업아카데미 같은 직업훈련·고용 분야에서 일한 만큼 일자리 정책에서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데 이점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노동부가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로 파견한 권기섭 선임행정관도 일학습병행제와 직업훈련을 주요 업무로 하는 직업능력정책국장을 지냈다.

한편 조대엽 장관 내정자는 이날 주변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장관 내정자께서 개인 일정이 있어 업무보고 같은 공식일정을 잡지 않았다”며 “13일부터 서울에 마련한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업무보고를 받고 청문회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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