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집배인력 9명이 근무 중 사망하자 고용노동부가 우정사업본부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노동부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근로감독을 미적거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7일 전국집배노조는 “두 달에 한 명씩 집배원이 과로로 쓰러져 숨지는데도 노동부에 요청한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동부-관할청 책임 떠넘기나

노조는 올해 2월과 3월 노동부와 간담회를 하고 특별근로감독 요청서를 제출했다. 노동부는 지난달 21일 우정사업본부를 관할하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으로 사건을 이송했다.

대전노동청은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노조가 이달 13일 대전노동청 관계자와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얘기를 보면 그런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노조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대전노동청이 다른 지역은 감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태도가 미온적이어서 노동부와 대전노동청이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우정사업본부가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르면 대형사고 발생 또는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에 대해 산재예방보상정책관이나 지방고용노동청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특별근로감독을 할 수 있다.

노조는 잇따른 집배원 사망사고가 중대재해에 해당하고 드러난 사망사건 외에도 산재은폐 의혹이 있어 감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시간 노동과 무급노동이 만연하니 근로기준법 위반 현황을 조사하라는 요구다.

노조는 “집배인력 순직 현황을 보면 위험하다는 소방관보다 두 배나 높다”며 “사망사고 다발 사업장에 해당하는 만큼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은 필수”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2년에서 지난해까지 소방관 4만3천명 중 21명이 순직했는데, 같은 기간 집배원은 1만8천명 중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사고 되풀이되는데 재발방지책 없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집배인력 9명이 근무 중 사망했다. 이 중 7명은 돌연사했다. 돌연사한 집배원의 사망 전 두 달간 노동시간은 평일 하루 평균 10시간27분에서 12시간51분이었다.

우정사업본부 태도는 다른 정부기관과 판이하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월 사무관이 주말 출근 뒤 과로사하자 토요근무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사기업도 사망사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일곱 차례 사망사건이 일어나자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노동부도 지난해 두 차례 특별근로감독을 했다. 넷마블은 지난해 세 차례 사망사고를 겪고 자구책으로 야근과 주말근무 금지를 골자로 하는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제출했다. 노동부도 올해 수시근로감독을 했다.

반면 우정사업본부는 눈에 띄는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업장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힘든 노동조건이 있으면 내부 관리자를 통해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정사업본부에서는 해결이 안 된다”며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위법사항을 바로잡아 집배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관할청에서 감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협의를 통해) 전국으로 확대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정노조 관계자는 "과로사의 경우 인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서 우정사업본부와 충원을 논의하고 있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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