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석 기자

국민 생활과 산업현장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청 또는 노동안전보건청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재해 사건을 공안검사가 아닌 다른 검사가 맡도록 검찰 조직을 개편하고 근로감독관(산업안전감독관)을 노동안전경찰로 승격해 조사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일과건강을 비롯한 12개 노동안전보건단체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2017 노동자 건강권 포럼’을 개최했다. 박두용 한성대 교수(기계시스템공학)는 포럼 강연에서 “국민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확보하려면 안전문제를 전문적·독립적으로 다루는 정부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과 노동건강연대 대표를 지낸 안전보건 전문가다.

“위험은 기업이 생산, 피해는 노동자가 당해”

박 교수는 “시장경제에서는 주로 기업들이 위험을 생산하고 국민 또는 노동자들이 그 위험에 노출되거나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위험의 생산자와 피해자가 구분되고 위험 생산자가 위험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법·제도와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위험의 생산자를 직접 또는 간접 규제하고 △위험 생산자와 피해자가 상호 견제를 통한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피해 발생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책임지고 일상적으로 실행할 독립적 정부기구로 산업안전보건청 또는 노동안전보건청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박 교수는 “국민은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고 지키기 위해 세금을 내고 각종 의무를 수행한다”며 “국가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안전 영역에 △환경안전 △식품안전 △교통안전 △산업안전 △생활(소비자)안전을 포함시켰다.

검찰 조직에 안전담당 검사를 두거나 안전검찰 업무를 독립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눈에 띈다. 박 교수는 “현재 검찰은 산업안전·재해 사건을 노동사건으로 분류하고 공안검사에게 맡기고 있다”며 “각종 산재사고가 빈발하는데도 처벌이 미약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안전·재해 사건을 전담 조사하는 노동안전경찰을 신설하거나 준사법적 권한을 갖는 근로감독관을 사법경찰 수준으로 승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구의역 사고 이후에도 달라진 것 없어”

박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서울메트로 구의역 사고 이후 우리 사회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서울시가 구성한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박 교수는 “원청인 서울메트로와 그 위의 원청인 서울시가 직접 나서 문제점과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마련·시행했다는 점에서는 진전된 대응이었다”면서도 “그럼에도 사고발생 책임이 있는 서울시가 동시에 사고를 조사하는 주체였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구의역 사고는 스크린도어와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를 제외한다면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하청노동자·청년·노동안전·노동조건 같은 단어를 화두로 남겼다”며 “이런 단어들은 여전히 화두일 뿐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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