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쟁의행위에 업무방해죄 적용을 남발하는 검찰과 경찰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불법파업이라도 회사가 객관적으로 노조 파업을 예측하고 준비태세를 갖출 수 있었다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철도노조 파업 사건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상훈)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명환 전 철도노조 위원장(52)과 박태만 전 수석부위원장(59)·최은철 전 사무처장(44)·엄길용 전 서울지방본부부장(51) 상고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 3일 확정했다. 이들은 2013년 12월 수서발 KTX 민영화 반대파업을 주도해 업무방해 혐의로 이듬해 2월 기소됐다.

"사용자 예측 못할 전격성 없어"

업무방해죄 성립요건 중 하나인 ‘전격성’이 무죄 판단의 기준이 됐다. 대법원은 “파업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하다”며 “업무방해죄 구성요건인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용자에게 처분권이 없는 정부 정책에 반대한 정치파업으로 파업 강행을 예측하기 어려웠다”며 “사용자의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2011년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파업이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끼칠 경우에만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판결했다. 파업에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한다는 기존 등식을 일부 깬 것이다.

이번 판결은 2011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적용된 사례다. 대법원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 (원심이)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범죄행위 구성요건으로 포섭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돼야 한다"며 "규범적 예측가능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과연 어떤 경우를 두고 규범적으로 예측가능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오히려 불명확해질 수 있으니 전격성을 판단할 때 사용자가 파업을 실제로 예측하고 대비해 조업을 계속할 준비를 갖출 수 있었는지 여부를 주된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불법파업=업무방해죄, 등식 성립 안 돼"

법원은 파업의 정당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노조가 내세운 철도민영화 반대는 경영상 판단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이를 목적으로 한 파업행위는 정당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경영상 판단사항으로 노사 단체교섭 대상은 물론 파업의 목적도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지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검찰은 목적이 불법해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전격적인 파업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제대로 적용하고, 공공부문 파업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한 판결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 중 파업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노조 파업에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는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파업 목적과 관련해 “경영상 결정이라 하더라도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분명 단체교섭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수서발 KTX 민영화는 철도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경영권 논리로 파업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수서발 KTX 민영화에 반대하며 2013년 12월 23일간 파업을 했다. 경찰은 노조 지도부 체포를 이유로 민주노총 사무실과 그 주위에 경력 5천여명을 투입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체제 도입”이라고 주장했지만 민영화 반대를 외친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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