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물류기업인 유센로지스틱스코리아(Yusen Logistics Korea)가 불법파견 노동자를 썼다가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서 금지한 업무에 17명의 파견노동자를 사용했다.

그런 가운데 노동부가 파견노동자 직접고용을 주문한 것과 관련해 유센코리아가 노동자들을 개별 면담하며 "1년짜리 기간제 채용에 동의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노조 가입할까 봐 정규직 전환 안 한다?

30일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유센지부(지부장 성혁기)에 따르면 노동부는 이달 초 “파견근로자들이 화물의 상하차 작업·포장·검수·라벨부착·전산입력·재고관리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무에 파견근로자를 파견받아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파견근로자 17명을 다음달 6일까지 직접고용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지부는 지난해 9~11월 세 차례에 걸쳐 노동부에 "불법파견을 바로잡아 달라"고 진정했다.

회사는 본사 직원을 제외한 물류센터 현장직 중 일부를 파견업체를 통해 고용했다. 김포센터(26명)·고촌센터(5명)·부산센터(6명)에서 37명의 정규직과 함께 파견직 17명이 일한다. 정규직과 파견직이 하는 업무는 같다.

유센로지스틱스는 2003년 한국법인을 설립한 이후 물류센터 현장직 가운데 30%가량을 파견직으로 사용했다. 지부에 따르면 파견노동자는 1년6개월 동안 근무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2015년 4월 지부가 설립되면서 정규직 전환이 중단됐다. 현재 회사 전체 정규직 150여명 중 80여명이 조합원이다. 지부 관계자는 “물류센터 현장 정규직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하자 파견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노조에 가입할까 봐 정규직 전환을 중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정규직 양산, 용인해선 안 돼”

지부에 따르면 유센코리아는 파견노동자를 한 명씩 만나 1년 계약직으로 전환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노동부 시정명령이 내려오자 사측이 최근 파견직원을 개별 면담해 기간제 고용조건을 설명하고 있다”며 “1년 기간제 이후 추가 1년을 더 근무할 수 있고,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면담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지부는 "파견직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요구했다. 물류센터에서 동종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가 정규직이기 때문에 파견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파견법 6조의2(고용의무)에 따르면 사업주는 직접고용해야 하는 파견노동자와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가 있으면 그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을 적용해야 한다.

박용원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회사가 만약 파견직을 계약직으로 고용한다면 다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시정지시를 받게 될 것”이라며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수행한 점이 밝혀졌고 비교대상에 계약직이 없고 정규직만 있기 때문에 정규직 고용의무를 진다”고 말했다. 그는 “채용 당시부터 파견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했는데 그동안 불법을 저지른 것”이라며 “그동안 부당하게 적게 지급된 임금도 소급해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부는 노동부가 정규직 직접고용을 지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부는 “또다시 진정을 제기하기 전에 노동부가 파견법에 따른 고용형태와 관련해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며 “비정규직 고용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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